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기업은 투자 안하고 가계는 소비 안한다.’ 우리나라 경제 형편을 한마디로 압축해놓은 말이다. 이런 와중에 구조조정이라는 지난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매스컴의 보도대로라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조선-해운관련 업체는 연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제키는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을 둘러싸고 할 수 있는 온갖 부정부패를 빠짐없이 저질러왔음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그런 기업이 한때는 세계적인 위상으로 한국의 자랑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관련경기가 폭발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과정에서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까닭이라고는 하지만 근자의 위상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간의 경영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지경인 상태에서 유지되었다는 게 도무지 상상되지 않는다. 재벌이 경영하던 세계적인 해운회사는 운영이 어려워지자 최고경영책임자는 개인명의 주식을 잽싸게 팔아치우고 손을 떼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수많은 주주의 손실은 나 몰라라 하고 자신만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뻔뻔스러움이 공개되었다.

그래도 그 기업은 재벌관련 기업이니 책임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터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손꼽힌다고 자랑하던 대형조선기업의 속살을 파헤쳐 보면 볼수록 처참하기까지 하다. 캘수록 엄청난 규모의 부정부패가 할 말을 잃게 한다.

이 대기업은 일찍이 모 재벌이 심혈을 기울여 건립했다가 환란을 겪으면서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으로 전락되었다. 전락되었다는 표현은 환란이후 해당기업이 일취월장하던 세계적인 조선경기활황세에 비춰보면 오히려 그 반대가 된 셈이다. 문제는 주인이 없는 공기업형태가 된 것이 오늘날 구조조정을 받고 있는 신세로 전락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인 없는 기업’이 된다는 것은 정부와 금융기업과 그리고 그들에 의해 관리(경영)를 위임받은 유능한(?) 경영주체들이 야합해서 잡혀있는 거대한 고깃덩이를 ‘요령 있게 먹어치우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국민은 모르게, 정권에 부담안주고, 임기 내에 해먹고 튀는 작업이 바로 주인 없는 기업을 ‘해치우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구조조정의 요체는 국민의 세금을 향후 얼마나 더 쏟아 부어야 되는가를 정하는 작업인 것이다. 아니라면 기업자체를 완전히 해체해서 없애버리느냐 하는 선택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엄청난 부담과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견해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우선 돈을 먹었다는 자, 즉 권력을 휘두른 자나 그 주변에서 거간을 하면서 국민세금을 축낸 자, 아니면 소속회사원이면서 부정을 저지른 자 등등이 그들이다.

이번 구조조정과정에서는 진돗개역할을 했어야할 회계법인도 고깃덩이 해체작업에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해체작업에 혈안이 된 자들의 행태를 고발하지 못하고 더불어 눈감아주고 외면했다는 점이다. 공동정범이라는 얘기다.

그런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의 경제형편이 초라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던 지역이라 그 상실감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계경제가 워낙 나락을 기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경제가 언제 제몫을 할지는 누구도 점치지 못한다. 이번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도 모른다. 다만 또다시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국민의 눈을 가리고 유능한 해체전문가들의 배를 채우는 식의 조정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경제를 파먹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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