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약관대로 지급, 강경 입장'에 찬반여론 확산

금융당국이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재해사망 특약보험의 자살보험금도 전액 지급하라고 강경입장을 밝힌 가운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살을 재해로 봐야 하는 지 여부 문제를 넘어 자살을 부추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생명보험 사망자의 100명중 4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였다. 보험개발원이 2012~2014년 3년간 생명보험금을 받은 사망자들을 사인별·성별·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총 사망자 17만7천706명 가운데 자살에 의한 사망은 4.2%인 7천490명이었다.

이는 사망 원인 가운데 주로 나타나는 사례인 ‘질식에 의한 자해’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해’ 등 두 가지를 더한 것일 뿐 다른 방식의 자살행위를 합하면 자살 사망자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란게 전문가 분석이다. 자살의 빈도는 10~30대에서 특히 많았다.

지난 12일 대법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던 보험사들에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23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 2년이 지난 건에 대해서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도 금감원이 "'법보다 약관을 지키라"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지난 2월말 기준 2980건, 2465억원(지연이자 포함)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계약은 2002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14개 생명보험사가 시차를 두고 팔았다.

논란의 발단은 자살이 명백하게 재해가 아닌데도 문제의 약관이 탄생한 데서 비롯된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문제의 약관을 표준약관에 실수로 넣었고 보험사가 그 표준약관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전 보험사로 확산이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2000년대 초반 보험사들이 일본의 보험약관을 번역해서 쓰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상품 자체가 금감원에 사전신고 없이 판매 후에 사후보고하는 상품이라는 주장이다.

뒤늦게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2010년 문제의 문구는 삭제됐다.

보험사들은 상식적으로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자살로 인해 보험금이 청구됐을 경우 주계약의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특약의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 왔다.

보험사별로 미지급 규모는 ING생명이 561건, 815억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삼성생명(607억원), 교보생명(265억원), 알리안츠생명(137억원) 이 많은 편이다.

네티즌들은 “자살에 대해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부추키는 행위” “생계가 힘든 가족을 위해 자살이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등의 우려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대법원이 판결한 내용을 보험사들이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보험광고할 때와 달리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는 보험사들의 기업윤리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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