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엊그제, 지난 4.13 총선에서 지역구가 서울과 가까운 지인의 재선 당선축하연에 참석하게 되었다. 초선보다 더 어렵다는 재선에 성공한지라 축하분위기가 어지간하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한 두 차례 의례적인 인사가 오가자 이내 차분히 가라앉았다.

공천과정이나 여야 간 선거분위기도 들뜨지 않았던 곳이다. 예상도 빗나가지 않았던 터라 그냥 무난한 지역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리를 함께 했던 인사들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굳어져 말수도 줄어들었다. 

축하분의기가 이렇게 무겁게 가라앉은 것을 느껴본 것도 퍽 오랜만이다 싶을 정도였다. 하긴 집권여당 체면이 말이 아니게 추락하긴 했어도 분위기는 침울했을 만큼 구겨져 있었다. 

문제는 경제였다. 집권여당의 아성이라는 서울 강남지역에서조차 야당에 자리를 내어준 까닭도 이른바 치솟은 전세 값이 만들어낸 요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도대체 이 정권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는가를 유권자들이 호되게 질책한 결과가 이번 선거에서 투표로 말해줬다는 것이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벌인 야당의 패거리싸움을 볼 때만해도 이번 선거는 해보나마나한 게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이 부서져 흩어지고 제 3당이랍시고 생기는가 하면 다시 합당을 외치고 뛰쳐나오는 등 정치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드라마를 보여줬으니….

그런데, 반대로 여당이 공천관련 자중지란만 적당히 피했다면 총선승리는 ‘받아놓은 당상’이었다는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긴 후일담이긴 하지만, 이번 선거의 쟁점은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고 그 핵심은 ‘경제’였다는 논리이다.

우리경제가 시원찮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부터였다.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심상찮은 조짐이 보였으나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심각한 진단에 대해 진심어린 눈빛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까지도 그런 주장을 편 각료들도 심심찮게 보였으니까.

내심 우려를 하면서도 일종의 금기로 여기기만 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자리보전내지 감투싸움에만 매몰되었다는 것이 국민이 내린 판단이었다. 대통령은 민생경제가 침체일로에 있는 까닭이 국회의 임무기피 때문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질책했다. 

과연 그럴까, 국민은 그렇지 않다고 투표로 말했다. 맡겨줬으면 앞장서 현장에서 애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거였다. 청와대에 앉아서 목소리만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대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야당이 훨씬 더 많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오히려 겨우 1표 차이밖에 앞서 나가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지인의 재선축하연은 오래지않아 파했다. 대충정리가 되는 대로 몇몇이 자리를 옮겨 미진한 심사를 달랬다. 이야기 끝에 그날 주인공이 한  마디 했다.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요. 많은 축하메일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신랄하고 구체적 이예요. 특히 지역경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내용으로 빨리 고쳐서 내놓아야 된다는 거죠.”

무슨 교각이나 도로를 만들겠다는 식의 선심성 공약으로는 차기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슨 예술의 도시, 교육도시, 문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헛배 부른 소리 집어치우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장사 잘되고, 사람모이면 장(場)이 서고, 장이서면 돈이 돌고, 돈이 돌면 자연스레 몸치장하기 마련이라고…. 그러니 당신은 중앙에 나가 우리고장 실정을 알리고, 지역구가 들썩이도록 열심히 뛰라고 하더란다.

‘문제는 경제였다’ 것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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