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블루오션’ VS ‘깨지기 쉬운 황금알’

면세점 제도 개선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가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외국인 고객 등이 면세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
면세점 제도 개선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가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외국인 고객 등이 면세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해 면세업계에서는 새로운 면세사업자 등장으로 뜨거운 한해를 보냈다. 신규 면세사업자가 된 신세계, 두산, 한화갤러리아 등은 올 상반기 잇따라 오픈하면서 첫해 매출을 5천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추가 특허 발급 등으로 면세업계가 또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사업자들마다 ‘황금알’을 지키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위 내놓으라 하는 유통공룡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면세점의 현주소를 돌아봤다.

[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초기 국내 면세점은 지난 1980년대 올림픽 등 국제행사 활성화를 위해 특허 30여개로 확대 운영됐다.

그러나 1990년대 외환위기와 일본 버블경기 붕괴, 2003년 사스(SARS),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이 악화, 폐업하거나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진(2003년),AK(2010년), 파라다이스(2012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면세사업자는 1999년 11개로, 2009년에는 10개까지 사업자가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이 유통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한류열풍이 불면서 2012년 중소면세점 사업자 대상 신규 특허 11개를 추가로 확대한 것이다. 이중 4개사가 사업권을 또 반납하기도 했지만 한류열풍과 중국인관광객들이 계속 방한하면서 면세점업계는 큰 성장을 이루게 된다.

시내면세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약 2조원에 달하면서 시장규모가 커졌다.

올 상반기부터 면세점을 오픈한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첫해 매출을 적게는 5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업계의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불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작 기존의 면세사업자들은 면세점을 ‘황금알’로 보지 않는다. 다른 사업보다 매출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거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주장하는 면세점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상품 직매입 방식으로 인한 재고부담과 환율 변동 등 외부환경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면세점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 정책도 면세점이 갖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라고 강조했다.

면세점업계에서는 2012년부터 관세법 개정 등을 통한 대기업 사업자의 규제 움직임이 확대됐다.

2013년 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특허 할당을 30%로 줄이면서 특허 수와 면적등도 제한했다. 사업 갱신 방법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했고 특허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해소를 위해 독과점 기업에 대해 신규특허 및 재허가를 제한하는 내용의 ‘관세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잠실점(왼쪽)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사진=각사>
롯데면세점 잠실점(왼쪽)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사진=각사>

롯데와 신라 등 국내 대표 면세사업자들은 이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면세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 산업이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으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판매 대상이 관광객이고 해외여행지의 쇼핑지(면세점)와 가격비교가 가능해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요 사업자에 대한 국내시장 독과점 관점 보다는 외국인 국내소비 촉진, 한국인 해외소비 절감의 수출 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중소중견 기업의 육성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이는 면세점 사업의 특수한 구조를 간과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면세점은 다른 유통업과 다르게 물품을 미리 구비해 놓고 판매한다. 이런 선구매 판매 구조에서 신규 면세기업과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상은 쉽지 않다는 게 골자다.

실제 지난해 6월 신규 면세 사업권을 획득한 HDC신라와 한화, 두산 등도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몇 사업자들은 브랜드유치를 완벽히 하지 못하고 서둘러 개점했다. 정식 오픈때까지 브랜드유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불거진 추가 특허발급까지 겹치면서 결과는 안갯속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들이 개점을 서두르다보니 한정된 기간 내에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시장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며 “이는 해외 브랜드와의 협상력 약화를 가져오고 결국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업자간 경쟁이 과열되면 해외브랜드와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해외 면세 사업자들과의) 가격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소비자들의 쇼핑 만족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추가 특허 논란은 이같은 면세점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면세점 제도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으로 면세점 제도 개선안이 나오면서 추가 신규특허 발급이 유력해진 가운데 국내 면세기업들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특허 획득에 실패해 올 상반기내로 사업을 정리해야하는 롯데(잠실점)와 SK네트웍스(워커힐)는 특허 추가 방안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신규로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두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은 면세업계를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면세점 제도 개선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어지러운 면세점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결과가 어찌됐든 국내 면세점은 또 하나의 후폭풍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세점을 황금알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황금알도 일반 달걀처럼 깨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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