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1,000조원에 이른다는 사내유보금이 대기업 곳간에 쌓여있다.

한마디로 대기업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벌어들인 돈을 쌓아 놓고만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고용창출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사내유보금이 쌓여간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글로벌경제침체라는 암초가 가시화되기 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내유보금문제는 경제회생의 열쇠인 동시에 경제 활성화의 암초라는 이중성으로 지목되었다.

유보금이 투자처를 찾아 정상적으로 쓰일 경우 경제는 긍정적인 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유보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쌓여있는 경우는 오늘날과 같이 경제흐름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까닭은 우선 글로벌경제침체와 맞물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조직전체의 무능력이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투자할 곳도 마땅찮고, 새 사업을 이끌어 나갈만한 시스템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쌓여만 가는 유보금이 창고에서 낮잠만 자는 동안 나라경제는 침체일로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여 기업가운데 20여 곳은 올해 투자규모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투자를 동결하거나 축소한다는 비중이 약 67%에 이른다. 그러니 채용규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23곳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40%에 달하는 기업이 채용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20여 년간 우리경제는 오늘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우리만의 경제현실은 아니란다. 가장 큰 현실은 자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금은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고민이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패턴이 달라져가는 시점에서 생기는 심각한 침체국면이라는 점과 각국의 이기적인 경제운용에서 비롯된 불연속선상에 세계경제가 놓여있는 셈이다.

굴뚝산업경제에서부터-디지털경제-로봇경제시대라는 과정을 통해 일부국가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비약적인 경제적 부(富)을 쌓았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가운데 생산과 고용에 대한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고민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과거 이른바 ‘블루오션’시대를 누리면서 쌓아올린 자본을 또 다른 블루오션이라는 광맥을 찾아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쉬지 않다는 현실적 벽에 가로막혀있는 처지가 되었다.   

나라경제가 기업가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시대는 아니다. 경제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다. 그 선두에는 정치라는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유연한 판단력과 발 빠른 민첩성, 명석한 대처능력으로 무장된 시스템이 경제와 문화를 선도해야한다.

잘사는 나라, 삶을 향유하는 나라,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나라가 이상적인 나라가 아닌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리더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나라를 맡겨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우리 국민의 정치적 역량이 바로 우리경제의, 민족의 미래를 갈음하는 매우 중차대한 시점에 와 있다. 판단은 오직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여와 야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이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국민개개인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점을 소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선택하는 ‘그들’에게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쌓아놓은 대기업의 유보금을 풀어 우리경제를 견인하는 힘은 바로 ‘그들’을 우리가 어떻게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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