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소비자가 직접 구입해 원하는 통신사에서 자유롭게 개통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에서 직접 단말기를 구입해 각 통신사의 유심(USIM)을 끼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통신요금 인하방안으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안을 포함, 연내에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빠르면 한두 달 더 앞당겨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통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단말기의 고유 식별번호(IMEI)를 직접 등록하고 관리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 거품이 주범으로 지목됐고, 이런 추세를 반영해 이통사가 도난폰이나 분실폰의 경우에만 통화를 차단하는 '블랙리스트'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의 화이트리스트 방식은 보조금 지급 관행과 함께 이통사별 폐쇄적 단말기 유통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에 이통사를 통하지 않은 단말기 유통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이용자의 자유로운 단말기 선택을 제한해 왔다"고 블랙리스트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는 '공 단말기'를 구입한 후 사용자 정보가 담긴 유심 칩만 꽂으면 개통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경우 휴대폰 업체가 출고가를 올려놓고 수십만원의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던 행위도 줄어들어 자연스러운 단말기 가격 경쟁이 유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외국에서 들여온 단말기, 중고 단말기를 자유롭게 개통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가 빠른 시간 내에 활성화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용자가 제조사를 통해 구입해 사용하는 단말기에 대한 선택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80~90만원대인데, 이를 약정할인이나 보조금 없이 구매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 구조가 바뀌어도 고가 스마트폰은 이통사를 통한 구매가 여전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신 제조사는 중저가 제품을 위주로 직접 유통에 나서게 되어 시장이 이원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도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해도 이용자 자율로 조달 가능한 단말기가 많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단말기 자율 유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고단말기나 해외에서 들여온 단말기에 대한 요금제 차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방통위는 중고단말기를 이용하거나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를 직접 구매하는 등 단말구매방식에 따른 차별 없이 적정한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출시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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