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 끌어온 통신요금 인하방안이 2일 우여곡절 끝에 발표됐지만, 정작 업계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거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은 2일 ▲전체 고객 기본료 월 1000원 인하 ▲문자메시지(SMS) 월 50건 무료 제공 ▲고객별 이용패턴에 최적화된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선불이동전화 요금 인하 ▲초고속인터넷 및 IPTV 결합상품 혜택 강화를 통한 유선 통신비 절감 등의 내용이 담긴 요금인하 방안을 내놨다.

특히 방통위는 그동안 사업자들이 투자 여력 등을 이유로 막판까지 버티던 기본료 인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기본료를 내리는 대신 무료 문자 50건 확대안이 인하방안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집었다.

이와 같이 방통위는 이번 요금 인하를 국회와 여론 등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 많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진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이번 요금인하 방안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와 업계가 생색을 내면서 내놓은 이 방안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불평을 늘어놓고 있고, 통신사들도 막대한 손실을 보는만큼 제대로 '생색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기본료 1000원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간 1만2000원의 통신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연간 매출액이 6000억원 정도가 줄어든다. 또 SK텔레콤은 이번 요금인하 방안 시행으로 연간 7500억원 가량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에 대한 요금 절감 효과는 매월 2300원 가량, 연간 2만8000원에 불과하다.

'ming3085'이라는 트위터리안은 "기본료를 없애고 사용한만큼 내야한다고 주장이 나오는 와중에 1000원 인하는 그냥 생색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인 'laul18'도 "이미 구축된 기존 통신망을 사용하는건데 기본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기본료 자체를 없애고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 부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pyam81'도 "기본료 1000원 인하와 같은 '팔목비틀기'말고 좀 더 획기적인 경쟁체제 전환을 통한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로부터는 비판만 받고 있다"며 "시장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할 수 없고 실효성도 없는 이러한 요금인하 정책은 더 이상은 그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러한 '울며 겨자먹기식' 정책이 무리하게 나온 것은 정치권에 밀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황 국장은 "이번 요금인하가 정치권의 압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반적인 경제상황, 가계부담 증가, 물가의 어려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SK텔레콤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 방안들을 KT와 LG유플러스도 적용하게 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KT나 LG유플러스 모두 "고객이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요금상품에 따라 기본료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내 별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한 상황에서 후발사업자들이 결국은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시행시기에 2~3개월 정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