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유통업계에서는 잘해도 욕먹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그도 그럴 것이 업종 특성상 소비자와의 접점이 다른 산업군보다 더욱 많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민감하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안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메르스 타격과 경제불황, 업체별 경쟁심화로 인해 이른바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들의 소식이 주를 이뤘다.

1. 면세점 대전

올해 유통업계 최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던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대기업들의 ‘전쟁’이 2차례나 치러졌다.

지난 7월 1차 시내면세점 결과 발표에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가, 11월에는 롯데, 신세계, 두산이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는 각각 24일과 28일 1차 오픈으로 본격적인 면세점 사업을 실시했고 신세계와 두산은 내년 상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는 올해 말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 2곳 중 잠실점을 내주면서 소공점만 운영하게 됐다.

면세점 선정이후 업계 후폭풍도 거셌다. 후보업체들마다 불거진 사전결과 유출과 낙점설, 입찰에 실패한 롯데(잠실)과 SK네트웍스(워커힐)의 고용불안 등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면세점 독과점으로 인한 특혜의혹을 막았다는 평가와 기존 면세점이 문을 닫아 글로벌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년 5월에는 김포공항면세점입찰도 있어 면세점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광화문 MBK파트너스 앞에서 홈플러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홈플러스노동조합>
지난 9월 광화문 MBK파트너스 앞에서 홈플러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홈플러스노동조합>

2. 홈플러스 매각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새주인이 됐다. 인수액만 7조2천억원에 이른다.

지난 10월 테스코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MBK)은 홈플러스 그룹 주식양수도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절차 완료로 지난 16년간 홈플러스를 운영해온 테스코는 국내시장을 떠났다.

새롭게 홈플러스 대주주가 된 MBK는 현 고용조건의 유지 및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이어 성장이 정체됐던 홈플러스를 재도약시키키 위해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등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번 매각을 두고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홈플러스, MBK는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비밀매각으로 비롯된 고용불안과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조는 경영진 고소고발과 함께 총파업, 시위 등 연대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골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노사는 최근 임금협상에 최종합의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홈플러스 노사 갈등해소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사진=롯데주류>
<사진=롯데주류>

3. 식음료업계 ‘차별화’ 열풍

식음료업계는 올해 유독 ‘차별화’에 신경을 썼다. 시장경쟁에 있어 독특하고 기존 제품보다 다른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최대 히트제품중 하나로 꼽히는 ‘허니버터칩’은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콘셉트로 기존 감자칩과 다른 제품차별을 두면서 ‘품귀현상’을 겪기도 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제품의 월 매출은 75억원을 기록했고 생산라인을 풀가동해도 매달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해태제과의 설명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쓰고 독한 소주의 도수를 낮추면서 과일향을 첨가한 ‘저도수 소주’ 출시로 경쟁을 벌였다. 이들 과일소주들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롯데주류의 ‘순하리’는 출시 100일만에 4천만병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내 주요 라면업체들은 프리미엄 라면제품 출시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짜왕’ 등 프리미엄 짜장면에서부터 최근 큰 인기인 짬뽕라면들이 그것이다.

실제 실적도 좋다.

올 4월 출시된 농심 짜왕의 경우 매출부문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실적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농심 짜왕은 12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면업체들은 기존에 나왔던 짜장면과 짬뽕제품보다 고급화된 원재료, 차별화된 ‘불맛’등을 함유한 것이 큰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마트타운(왼쪽)과 롯데마트 양덕점. <사진=각사 취합>
이마트타운(왼쪽)과 롯데마트 양덕점. <사진=각사 취합>

 

4. 백화점‧대형마트, 할인행사&대형화

백화점‧대형마트는 할인행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올해는 더욱 할인행사가 화려했던 해였다.

이는 상반기 메르스여파로 매출 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으로 실제 백화점들은 하반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K-세일데이 등 예년보다 매출 고삐를 바짝 죄었다. 이때문인지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백화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평균 20%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은 기존 마트에서 벗어난 신개념 마트들을 선보이면서 전략적인 움직임도 선보였다.

지난 6월 이마트와 열린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가 동시에 입점한 ‘이마트타운’, 특화매장으로 소비자의 생활을 제안하는 형태를 갖춘 ‘롯데마트 양덕점’ 등이 그것이다.

이들 매장은 단순히 할인제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는 고객맞춤형 매장으로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는 의무 휴업 등 각종 규제와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불황을 겪자 스스로 경쟁력강화 및 위기를 탈출하기위한 방침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롯데마트 양덕점의 경우는 이달 초 오픈한지 10일만에 57억원의 누적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5.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

상반기 메르스는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불황을 면치 못한 반면 온라인 유통채널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것이다.

옥션은 메르스 발병이후 지난 6월까지 마스크와 손세정제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6배, 10배 증가했다. 생필품부문 매출도 올랐다.

섬유유연제는 154%, 주방 세제의 매출은 87% 늘었다. 국산 돼지고기(84%) 등 정육부문도 마찬가지로 올랐다.

같은 기간 지마켓도 마스크 판매는 27배 이상, 손소독제는 종류별로 최고 145배 이상 증가했다. 라면부문은 84% 늘었다. 위메프는 5월 20일에서 6월 4일까지 관련 용품 거래액을 집계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마스크는 415%가 증가했고, 손세정제는 1151%나 늘었다.

식품쪽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토마토는 85%, 홍삼 제품은 231% 증가세를 보였다. 티몬 역시 발병이후 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부문이 지난해 동기 대비 72% 상승했다.

쿠팡도 주방세제와 세탁세제가 각각 574%, 246% 증가했고 과일은 179%가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매장들은 이를 이용한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메르스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한 점과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백화점만 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7월 공개한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가 감소했고 전달인 5월과 비교하면 26.7%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몰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매장이 보다 메르스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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