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미국이 모처럼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세계가 기겁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적어도 우리나라는 아직 걱정 없다던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증가가 피할 수 없는 덧이라면서 당국이 앞장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표적이 되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국내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하다. 

그중에서도 고령층과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전체의 약 40~5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만에 하나라도 소위 ‘집단부실’이 발생한다면 가계부채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짐과 동시에 우리경제의 대내외 신용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우려다.

중 고령층의 가계대출비중은 전체의 53%. 전체 가계대출 1102조6000억 원(가계대출-판매신용)이니까 584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가 약 1%p 오른다면 이자만 5조8000억 원이 된다는 말이다. 쉬지 않은 크기다.

중고령층의 이자부담도 문제지만, 자영업자의 부담은 민생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운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골목상권이 위축된다는 여러 조짐이 부각되는 즈음에 이들의 금리부담은 나라경제의 치명적인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더 심각하기는 당국의 정책적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국은 나름대로 기울기만하는 민생을 부추기기위해 크고 작은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의치 못했다. 미국의 기준금리인상은 아주 생뚱맞은 게 아니다. 이미 예상했던 사안이다. 호들갑떨 만큼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국도 잘 알고 있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막상 예상대로 닥치자 하루쯤 두고 본 후에 내놓은 반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였다. ‘그런대로 견디고 버티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라는 투였다.

그것이 5조8000억원이라는 말과 같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2015년도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른바 대한민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곤든 타임’이 여야의 정쟁으로 속절없이 허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하소연(?)을 국무회의 석상에서 한 것이 벌써 한 두 번이 아니다.

국회에서 묶여있는 경제 관련 법안이 타결이 되기는커녕 여야 간 협상이 거듭될 뿐, 해를 넘길 공산이 커지면서 대통령의 시름은 크기를 더하고 있다. 말이 대통령중심제이지, 우리나라는 ‘국회 중심제 국가’인 게 확연하다. 그것도 야당 내에서 이름도 생생한 초선의원 한 두 명이 입법부 아니, 정국의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모양 세다.

그들이 소속 위원회에서 앙칼지게 법안통과를 반대하면 소속당 대표도 뭐라 할 말을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것이 가능케 한 법이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것이다. 1만 여건에 달하는 법안이 바로 이 법의 위력 앞에서 물거품처럼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대통령의 심사만 고단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소시민 모두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자영업자는 장사가 되지 않아서이고, 노동자의 가슴은 고용불안 때문이다. 경영인은 나날이 위축돼가는 시장형편 때문이다.

닥아 오는 새해에 대한 전망도 여느 해와 달리 희망적이지 않다. 수출시장도 더 위축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내수 역시 전망은 어둡다. 고용전망도 어두워 청년실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민의 이러한 어두운 그늘에 한줄기 빛을 비춰줘야 할 국회중심제의 주인공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파당을 획책하면서 계속 금수저를 내놓지 않으려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의 행복한 연말을 그들에게 구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벌써 해도 했어야하는 경제 관련법안의 처리만이라도 해치우고 차기를 도모하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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