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2년 4개월 동안 우리나라 '경제 사령탑'으로 동분서주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뒤로 하고 과천을 떠났다.

윤 장관의 공과에 대해서는 추후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지금까지는 평가가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그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 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당시 정부의 모든 정책은 '위기 탈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 장관은 취임 직후 28조4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 적극적인 재정을 추진했다. 또 신용보증, 외화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했다.

그 결과 2008년 4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우리 경제는 2009년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해 2010년에는 6.2%까지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전세계에 금융경제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한계도 분명히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최근 소비자물가는 정부 목표인 3%대를 넘어서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 정권의 역점 추진 사업인 서비스산업 선진화도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혹자는 윤 장관을 두고 "운이 좋다"는 말을 한다. 경제위기로 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더 이상 오를 일 밖에 없는 상황에서 취임을 했기 때문에 평가가 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윤 장관에 대한 평가는 그의 '업무성과' 보다는 '리더십'에 관한 것이 많다. 그는 특유의 배짱과 포용력으로 '따거(큰형님)'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보스형 리더십의 대명사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G20 정상회의 때 재무장관·총재회의 의장으로서 그가 보여줬던 리더십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그는 G20가 환율전쟁이라는 암초를 만나자 11박12일 동안 러시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미국 등을 돌며 국가간 갈등을 조정, 환율전쟁을 휴전으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재임 중 해외출장으로 지구를 9바퀴 넘게 돌았다는 그는 최근 "푹 쉬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의 '휴식'은 결코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그의 거취에 관한 얘기가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평소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했던 윤 장관, 퇴임 후에는 또 어떤 리더십을 보여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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