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중국 사람들 대단해요”

35년 만에 세 번째 고국을 방문했다는 재미동포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하는 말이다. 그간 중국인에 대해 들어 보던 말이려니 하면서도 귀를 기울이 게 했다. 마침 대만과 중국의 정상이 60년만인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매스컴을 크게 장식하던 날이었다.

이른바 양안의 정상들이 실로 오래간만에 만나 통일문제 등을 논의했다는 뉴스였다. 통일문제라면 남북통일이라는 우리민족문제로만 여겼던 터라 그들의 만남과 또 통일문제를 논의했다는 게 퍽 이상하게 들렸던 것이다. 우리 말고 아주 가까운 중국도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여겨진 것이다. 그래서 재미교포의 중국인 칭찬도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그런데 재미교포의 말뜻은 양안 정상들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었다.

35년 동안 불과 세 차례밖에 고국을 방문하지 못할 만큼 그의 이민생활은 말 그대로 간난극복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민생활 중 동족인 한인교포들에게 당했던 소위 사기피해와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따돌림 등등 아직도 가슴에 새겨진 아픈 기억이 많다는 줄거리였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우리교포와는 다른 점을 칭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인들은 새로운 교포가 같은 지역에 이사를 오면 어떻게 하던지 도와줘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서로 돕기 위해 나서요. 아주 자연스럽게 상부상조하는 풍조가 체질화 된 사람들입니다.” 그에 반해서 우리 교포들은 고국에서 이민 온 동포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금품을 빌려 돌려주지 않고 떼어먹는 걸 십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기피해를 당한 교포가 바보취급을 받고 왕따신세로 전락, 가슴앓이를 하는 예가 적잖다는 애기다.

“중국인들은 둘이 모이면 형제같이 지내고, 셋이 모이면 가족이 되어 뭉칩니다. 한국인들은 둘이 만나면 서로 경계를 하고 셋이 모이면 경쟁이 시작되고 이내 시기하기 마련이죠. 넷 이상이면 패거리를 짓기 시작합니다. 중국인들은 단단한 조직으로 발전 하더군요.”

그의 중국인 칭찬은 길게 이어졌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수긍이 가지는 않았다. 아니, 보다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그 말을 긍정하기엔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근년에 접어들면서부터 일본을 젖히고 미국과 맞먹을 만큼 큰 발전을 한 중국의 정체에 대한 한 단서가 그런 민족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국호(國號)를 봐도 그 심성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어느 전문가의 지적도 있을 정도이긴 하다.

세계의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중화민국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이민족을 끌어안고 별 탈 없이 이적 버텨오는 걸보면 그런 생각도 아주 동떨어진 게 아니리라.

그런 중국이 똘똘 뭉쳐 우리나라를 앞지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자랑했던 경제발전상이 이제는 중국에 뒤지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도 중국이 우리를 젖힌 분야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제품을 고스란히 모방해서 골머리를 썩이던 중국제품이 이제는 해외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자제품의 경우는 이미 기술로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코리아를 따돌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등 우리의 먹거리산업으로 여겨왔던 분야가 차츰 한계에 닿았다는 걱정이다. 빨리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오래다. 특히 정책과 입법이라는 인프라가 제때에 구축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먹거리창출은 공염불에 다르지 않다. 이미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우리가 권력다툼에 빠져 미래를 강구하지 못한다면 선진국은커녕 중진국함정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이미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과 중국인의 저력이 탐나는 게 아니다. 그들의 화합과 결속력이 우리에게는 부러움으로 닥아 온다는 의미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터에 위정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회는 지난 일 년 동안 몇 개의 법을 만들었는가. 여야가 만나 과연 무엇을 이루어 냈는가. 왜 허구한 날 싸우는지, 이 나라의 진운이 이제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해 진다는 민생의 소리가 그들에게는 안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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