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한·중·일 정상회담이 끝났다. 기대가 컸다. 그들 셋이 과연 어떤 결론을 자국, 혹은 상대 나라에 제시할까에 초점이 모아졌다. 기실 기대가 컸다 기 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아갈까에, 다시 말해 우리네 ‘대표선수’의 테크닉에 관심이 쏠렸다고 하는 것이 바를 터이다.

중국과의 그것(회담)은 별로 관심외적인 문제였다. 아베(일본수상)와의 회담이 더 쿤 문제로 닥아 왔다. 적어도 우리에겐 그랬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빗나가기 보다는 그들 셋의 외교적 술수(?)가 세 나라 국민의 의중을 관통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리라.

그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당연한(?) 속설을 ‘속설’로 따돌렸다. 다시 말해 그것은 속설일 뿐, 실은 그렇지 만은 않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한-일간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우리는 적어도 박근혜대통령이 아베 일본수상을 매섭게 몰아쳐 위안부문제와 관련한 긍정적인 결론을 얻어 낼 것이라 여겼다. 또 중-일간의 경우는 양국이 다투고 있는 영토소유권문제(섬)에 대한 어떤 단초라도 제시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터다.

그런데 그들은 달랐다. 치열한 심리전이야 왜 없었겠는가. 또 저마다 이 회담에서 자국민이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당사자들만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박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일본정부가 제공하는 배상이라는 선물을 한보따리 안겨 주고 싶었으리라. 또 일본은 한국이 과거사에 대한 향후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독도문제의 전향적 검토라는 보너스까지 받아오길 기대했을 것이다. 중국도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겸양적인 자세와 몇 개 섬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양보를 기대 했을 게 뻔하다.

그러나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달랐다.

한마디로 세 나라 국민이 기대했던 결론과는 생판 달랐다. 소위 과거사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킨 결론이었다. 또 과거사를 이 기회에 결론 진다고 한들,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을 응변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내놓은 결론에 대한 자국민들의 반응은 어떤 분노나 배신당했다는 실망감이 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삼국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의 추이가 아닌가 싶다.

무엇이 그런 반응을 가능케 한 요인일까. 세 나라 정상이 내놓은 결론이 민심을 한 화살에 꿴 것은 바로 ‘경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삼국정상들이 모처럼 모여 과거사에 대한 난타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꿰고 있었던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을 문제를 가지고 다시 얼굴만 붉히고 각자 귀국했다고 생각해보라. 누가 욕을 먹을지...

그들은 그래서 ‘우리 셋이 모여 향후 삼국이 경제협력을 더욱 돈독히 해서 세계경제를 리드하는 견인차가 되도록 할 것을 다짐했다.’  이것이 이번 삼회담의 위대한(?) 결실이었다. 경제만큼 중요한 현안이 없다는 것을 웅변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국사교과서문제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문제인가. 그것이 향후 집권여부를 가릴 만큼 위중한 문제일까? 정치권의 자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자성이 정작 시급하다는 점이다.

경제가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잘된다던 수출도 어려워지고 있고, 서민경제는 쪽박을 찰 지경이라는 걸 모르는 부류가 바로 정치를 한다는 자들이라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즈음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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