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납품회사 묵인…품질테스트 편의 봐주기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전·현직 직원들이 원자재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금호석화 직원들에게 금품을 주고 원자재를 납품한 박모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또 박씨로부터 수입억원의 뒷돈을 받고 납품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금호석화 원료팀 직원 송모씨와 한모씨 등 4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금호석화 출신인 박씨는 지난 2007년부터 국내외에 유령업체 10여개를 세운 뒤 금호석화 직원들을 매수해 지난 10여년간 약 2천600억원 상당의 원자재를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호석화 직원 6명이 박씨로부터 받아 챙긴 금액은 무려 25억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원자재의 적정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워 2개 이상 업체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을 알고 유령업체를 여러 개 만들었다. 직원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경쟁 업체와 담합한 사실까지 알고도 모른 채 넘겨왔다.

특히 금호석화의 품질테스트 담당자들도 매수돼 신속하게 품질테스트 결과를 내주거나 다른 업체가 요구하는 테스트를 지연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박씨를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2개 부서의 담당자 모두가 매수될 경우 상호 견제 기능이 상실돼 결과적으로 선량한 납품업체의 참여를 저지하게 된다”며 “공정한 납품경쟁을 저해해 결국 독점적으로 납품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