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추석이 되자 이른바 민심을 살피고 온 국회의원들에게 기자가 묻는다.

"지역구 민심동향이 어땠습니까?"
"역시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큰 문제였습니다."
"경제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의원님께서는 어떤 대답을 하셨는지요?"
"정치적인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보다는 민생경제해결을 위한 부분에 치중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 부문에 대한 우리당의 대안을 설명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마이크 앞에 선 국회의원들 모두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민생고가 현안이라는 것을 지역구에 가서야 알았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전하는 그들이 낮선 이방인처럼 비치기까지 했다.

정치인이 정치적 행위에 앞장서는 것을 두고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 정도가 문제일 뿐이다. 허구한 날 패거리지어 편싸움을 해대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소용없는 집단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 2년 동안 집안싸움으로 정신없던 야당이 잠잠해 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집권여당에서 일대광풍이 일고 있다. 양쪽집안 모두 차기권력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방을 꺾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간단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야 시기상 그러려니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두고도 벌써부터 연기를 피워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민생을 걱정하는 선량들의 속셈을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그들이 정작 경제 살리기를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를 헤아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쩌다 관련 법안이 해당소위원회에 올라오면 여야의 싸움이 시작된다.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가 폐기되는 법안이 허다하다.

민생경제를 구축할 근가가 마련돼보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법적근거도 없이 투자가 이루질 턱이 없다.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된 사업이 제대로 성장되도록 돕는 정부와 정치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치닫는 예가 많다는 것이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지적이다.

차기선거의 최대관심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 살리기이다. 경제부활을 위해 예비선량들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를 따져보고 정치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50만 명에 이르는 대졸 실업자, 60만 명을 웃도는 취업준비생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는 선량을 뽑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라일이라는 것이 어느 한곳에 치중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경제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커진지 오래다.

정치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은 지도 오래건만 마이동풍이었다. 정치는 당연히 지지고 볶는 복마전이어야 한다는 태세다. 공정한 룰에 따라 정당의 질서가 유지되고 그 속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가 커지고 쓰이는 용어가 날카로워 지면서 정치판은 아비귀환으로 바뀐다. 온갖 루머가 날아다니고 음습한 바람이 횡행한다. 그 어디에도 민생고를 눈여겨보는 구석이 없다.

민생현장을 보고 왔다는 선량들이 합창하듯 발설한 시급한 민생고 해결을 위한 정치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민생을 위한 유권자들의 마지막 기대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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