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386조7,000억 원. 정부가 확정한 2016년도 살림살이 규모다. 이 돈으로 대한민국호(號)가 정해진 항로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론 역대 최고의 예산규모다.

예산이 확정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맘때면 늘 들리던 잡음(?)이다. '우리가 요구했던 예산이 아예 빠졌다'거나 '1/3로 깎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등등 앓는 소리가 대종을 이룬다.

이러저런 건 빼놓고라도 소위 복지관련 예산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눈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역력하다. 특히 교육관련 분야의 예산이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고교무상지원, 무상급식 등 2, 3년 전만해도 당연시 되던 예산부터 삭감 혹은 무효화된 것이 크게 보인다는 반응인 것이다.

하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확실하게 지키는 것은 '증세 없는 복지'뿐이라는 것이다. 이 공약을 빼놓고는 지키는 공약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하는 말이다.

대통령인들 공약을 지키고 싶지 않겠는가. 세금을 팍팍 올려 받으면 무슨 공약인들 지키지 못할까. 공약이란 것이 모두 예산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라 기존의 재정형편 내에서 복지예산을 쪼개 써서는 수요를 충족할 턱이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위 복지천국을 구가하다가 나라가 거덜 난 서방 각국의 경우를 잘 아는 처지에 복지확대를 무기 삼아 득표를 노리는 좌익세력과 뜻을 같이 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래서 나온 것이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말대로 되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또 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복지수요는 나날이 늘어나는데 비해 이를 충당할 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과 때를 같이해 세계경제는 침체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힘만으로 장막을 거둬내기는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다. 워낙 대외의존가 높은데다 대외개방이 큰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로서는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 이틀 새에 끝날 것 같지 않은 경제적 암운 속에서 정부의 정책적 대안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때 가용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추기는 방책을 썼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쓸 돈도 바닥이 난데다가 효과도 없어 보인 것이다. 새해에는 그런 정책을 아예 거둬들인다는 신호다. 세계적 조류에 순응하면서 참고 기다리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실업해소책이다. 그것도 청년실업문제다. 그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 새해 예산이 어떻게 운용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 문제만은 참으로 숙제 가운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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