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민생경제가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형편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부류들이 있는 성 싶다.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이즈음 민생경제가 심각하다는 정황을 안 정부당국이 돈을 풀어 경제를 부추기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하기로 하고 추경을 계획하고 그 안(案)을 국회에 내밀었다.

그러자 여당은 그렇게라도 해서 피폐한 민생경제를 부추겨야 한다는 정부의 제안에 마지못해(?) 수긍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법은 정부나 여당이 하자는 대로 정책이 시행되는 나라가 아니다.

정부나 여당의 제안을 야당이 틀어버리면 정책이고 뭐고 한 발짝도 나 갈수 없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다. 워낙 싸움박질 만하는 국회가 보기 싫어 만든 법이 이제는 국정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묶어놓은 법이 되고 만 것이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야당은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막론하고 정부나 여당이 하자는 일에 대해서는 마땅히 반대부터 하고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추경예산이라도 풀어 민생경제를 부추겨야 한다는 정부의 안을 곳이 곳대로 통과 시킬 야당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안을 절반가량 뚝 잘라 '더는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따라서 목마른 민생의 목을 축이기 위한 추경이 제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요원한 듯싶다.

지난해부터, 아니 훨씬 그 전전부터 여야의 분쟁은 끊임이 없었다. 매스컴은 그들의 시시비비를 일삼아 속속들이 국민에게 24시간 전해주고 있다. 신물이 날 정도로.

이런 틈바구니에서 민생경제는 당연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대통령은 틈 날 때 마다 '골든타임'을 읊조렸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경제고 뭐고 사단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는 듯싶다. 여든 야든 또는 언론도 국민도 그저 그러려니 할 따름이다. 시대가 민주주의 시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의 말에 권위가 없어 보인지는 벌써 오래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되었다.

24시간 떠들어대는 TV를 켜기 무섭게 여야의 꼼수를 줄기차게 주절거리는 기막힌 입담꾼들의 모습이 비친다. 그들의 입에서는 경제라는 단어는 아예 발설하지 않는다. 오직 위정자들의 책략이 무엇이며, 그 책략이 정적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진단을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개가 들어도 뻔한 묘수(?)를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그러니 이 나라 경제가 정상을 유지할 까닭이 있겠는가. 어쩌다 정부가 고심 끝에 경제정책이라도 내놓을 참이면 때를 만난 듯 야당은 물론이고 이른바 언론은 때를 만난 듯 씹어대기 시작한다.

낡아빠진 정책을 또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경제회생이 가능하겠느냐는 게다. 그래서 추경을 통과해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그들이 쌈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 불문하고 불 보듯 훤한 정책을 또 내놓았다는 비난만 난무한다.

여야가 국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떠든 구호가운데 하나가  소위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소리다. 국민도 이제는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쯤으로 여기고 있는지 오래다.

도대체 정치권은 선거가 아직도 까마득히 남아있는 지금, 어쩌자고 패거리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표를 찍을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보라, 그리스가 어쩌다 저지경이 되었는지. 우리경제가 어쩌다 차츰 어둠의 뒤안길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밤을 지새워 이런 문제들을 풀어내도 모자란 지금, 그들은 무슨 짓으로 여름밤을 보내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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