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1년…잇따른 대형 참사에 위험대비 보험 중요성 부각
10·20대 보험가입자 저조해 보험 사각지대 해소 지적

<사진=보험개발원 제공>
<사진=보험개발원 제공>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세월호 참사이후 1년 동안 잇따라 발생한 대형 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인(人)보험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나 10대와 20대의 보험 가입률이 저조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마우나 리조트 화재, 판교 환기구 추락,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 대형 참사의 경우 사고의 대상이 전 연령에서 고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가입의 사각지대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보험개발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 국민의 81.6%가 생명보험이나 장기손해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험개발원의 보유통계자료와 2010년 기준 인구통계, 통계청(KOSIS)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장기손해보험이란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기간이 3년 이상인 장기성 상품으로 생명보험과 함께 주로 상해, 질병, 비용손해 등의 금전적 손실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 가입자의 보험가입률은 92.1%로 생명·장기손해보험에 가장 많이 가입해있었다. 이어 30대(90.9%), 50대(90.7%), 10세 미만(87.1%), 10대(81.2%), 20대(78.5%), 60대(73.2%), 70세 이상(32.5%) 순이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60세 이상 고령층의 보험가입이 저조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3050세대의 가입률이 90%를 넘는다. 장년층의 대부분이 갑작스런 사고에도 보험의 우산 아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020세대의 보험가입률은 40대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다. 즉 10대와 20대는 상대적으로 혹시 모를 사고에 따른 사망이나 상해 시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는 10세 미만의 가입자가 87%의 가입률을 보이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10세 미만의 가입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어린이보험의 보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보험 가입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 임산부에게서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 보험 명칭에 ‘엄마’, ‘아이(자녀)사랑’이라는 단어가 사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화재 ‘엄마맘에 쏙드는’, 메리츠화재 ‘내 맘(MOM)같은 어린이보험’, 신한생명 ‘신한아이사랑연금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1020세대의 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보험사 관계자는 “태어나서 15세까지는 어린이보험이 유지되지만 15세 때 해지율이 가장 높다”며 “생활비·교육비 등으로 아이한테 쓰는 지출이 늘어나 보험부터 해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보장이 영·유아에 맞춰져 있어 보험에서 준 성인으로 판단하는 15세 이후의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린이 보험은 보장기간이 100세까지 유지되지만 주 계약에 부정교합, 컴퓨터로 인한 시력저하, 유괴납치·폭력사고, 소아뇌졸중 등 소아암과 같이 영·유아에 해당하는 보장이 많아 원하는 보장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암이나 고액암 등 질병이나 일반재해로 인한 사고도 보장하지만 정액보험의 성격이라 시한이 오래 지나면 보장금액이 가입시점보다 현저히 작아질 수 있다는 것도 어린이보험의 해약률이 높은 이유다.

예를 들어 5세에 어린이 보험을 가입하면 일반암에 걸렸을 때 6천만원까지 지급된다고 해도 아이가 일반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장년층이 됐을 때 훨씬 많은 치료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의 경우에도 15세를 기점으로 성인보험의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린이보험의 해약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GA의 설계사는 “15세 시점에서 종신보험을 가입하면 어린이보험과 보험료에서 큰 차이 없이 종신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아이가 15세가 됐을 경우 사망·상해보다 학자금에 대한 부모들의 니즈가 커 15세부터 20세까지 5년동안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저축보험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편이 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10대와 20대 때 발생하는 상해나 사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어린이보험은 보장범위가 넓은 만큼 보험료가 어른의 보험료에 육박하지만 보험료에 대한 인식이 부모의 보험료보다 비싸면 가입을 꺼려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매해 연령, 성(性), 계층별 등 보험 가입자 현황을 공시해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보험연구원의 통계결과를 전후해 연령별 보험가입자 현황에 대해 분석한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석호 박사는 “연령별, 성별, 소득별 등의 보험 통계는 각 보험사마다 가지고 있겠지만 공시된 자료로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개인연구기관에서 수치를 내기도 어렵다”며 “필요성이 있다면 연령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공시해 정책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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