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사/ 최진영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다.

열여섯 살 목화는 꿈을 빌려서 그러나 현실처럼 생생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구하면 살아.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은 이어지고 일상은 흔들린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 일은 대를 이어온 과업. 할머니인 임천자는 이를 기적이라 했고, 엄마인 장미수는 악마라고 했다. 이제 목화는 선택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신에게는 뜻이 있는가? 사람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신념과 사랑 없이 인간은 살 수 있을까?

저자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묵직한 주제와 더불어 문명과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임은 물론,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더해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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