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바 부사장에 증거인멸 유죄 판결
재판부 “삼성전자 부사장과 증거인멸 공모”
김태한 전 삼바 대표는 전부 무죄 판결받아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자료를 인멸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회삿돈 횡령과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한 전 대표에게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안중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동중 부사장의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대표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 47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2016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한 후 회사 주식을 수차례 사들이면서 우리사주 공모가와의 차액을 현금으로 챙겼다고 보고 있다. 횡령액수는 김 전 대표가 30억원대, 김 부사장이 10억원대다.

또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2018년 5월부터 회사 내부 문건과 노트북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이를 실행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련 회계 기준을 바꿔 약 4조5000억원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2018년 11월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8년 5월 5일자 회의에서 김 부사장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회의 마지막에 자료삭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는 김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도 김 전 대표가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진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김 부사장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진술이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등의 이유로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와 김 부사장의 등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18TB 백업 서버 등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들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의 증거인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 부사장은 2018년 5월 5일 회의 직후 이모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과 증거인멸과 증거인멸 교사를 공모했다”며 “김 부사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련 자료 삭제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에게 관련 컴퓨터 자료와 개인휴대전화 메시지 삭제를 지시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거인멸을 사실상 총괄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부사장은 형사처벌 전과가 없고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지시로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김 전 대표와 김 부사장에 각각 5년,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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