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성현·정유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실트론 지분 매입으로 SK그룹과 맞붙은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공정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 소송이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데 불복해 13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SK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지난 2017년 1월 인수한 뒤 같은 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19.6%만 추가 매입했고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보고 지난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대해 각각 8억원씩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최 회장이 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 의사를 보이자 SK가 합리적 검토 없이 이를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었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 회장과 SK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최 회장 등은 SK가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을 사업 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당시 SK는 LG실트론의 나머지 49% 지분 중 KTB PE가 보유한 일부 지분(19.6%)만 인수해도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지분을 100% 확보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 지분(29.4%)은 최 회장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공정경쟁입찰에 참여해 정당하게 확보한 것일 뿐, 채권단과 사전에 공모하거나 부당한 혜택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SK 임직원이 최 회장의 지분 인수를 돕거나 실트론 실사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경쟁자들의 입찰 참여를 어렵게 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익충돌 상황임에도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결과는 SK의 승리였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는 지난달 2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공정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미 자회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지분율 70%)을 충족하는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SK의) 주식 100% 취득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SK는 실트론의 지분 100%를 확보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고, 투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집중적인 재원을 투자하는 데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법원은 또 최 회장이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도 적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두에게 공개된 공개경쟁입찰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중국 투자자와 경쟁 끝에 최 회장이 적격투자자로 선정됐다”며 “SK가 최 회장에게 지분을 취득하게 했다거나 적격투자자 선정 과정에 관여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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