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언론인 차상찬의 민족정신, 현대문으로 다시 만난다
강원문화교육연구소 “위인 정신,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사진=강원문화교육연구소]
[사진=강원문화교육연구소]

2016년부터 『차상찬전집』을 7권까지 발간해 온 강원문화교육연구소가 『차상찬현대문선집1–춘천의 봄소식은 어떠한가』(강원도민일보출판국)를 최근 출간했다. 일제강점기의 언론인이자 민족문화운동가로서 보여준 치열한 민족정신이나 광범위한 활동 영역에 비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청오 차상찬의 생각과 작업을 일반인에게 더 널리 알려야 하겠다고 기획한 책이다. 

선생은 식민지 국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민족정기를 굳건히 유지하도록 무력 저항에 못지않은 노력을 해온 자랑스러운 인물이지만 일반인들은 많이 알지 못하고 있다. 선생의 출신 지역인 춘천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 예술을 지역 브랜드로 강조해 온 춘천에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질만한 인물임에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 오지 못했다. 2015년 공지천 조각공원에 선생의 동상을 건립하면서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지 않은 선양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현대문 선집의 출간 계획은 그런 안타까움을 덜고자 시작되었다. 한문 투의 문장을 현대문으로 옮긴 이 책으로 이제 대중들은 선생의 글에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선생이 70여 개의 필명으로 남긴 1,000여 편의 글 가운데 첫 번째로 골라내 편집한 이 책에서는 선생의 생각과 정서, 고향인 춘천과 강원도를 담아낸 글을 모았다. 부제인 ‘춘천의 봄 소식은 어떠한가’는 선생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글의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춘천 이야기’는 유년 시절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당시 시대상이 잘 담긴 글을 묶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발표한 한시를 번역하여 실었는데, 이전에 소개된 적이 없는 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선생은 한시를 통해 춘천 지역의 역사 왜곡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시 일제는 우두산을 『일본사기』에 나오는 소시모리산이라며 이른바 ‘소시모리론’을 주장했는데, 선생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통탄하는 심정을 시로 발표했다. 

2부 ‘내가 사랑하는 것’에는 그가 사랑했던 가족, 화초, 꽃, 나무, 새, 술 등에 대한 내면의 감성이 담긴 글을 담았다. 특히 결혼한 장녀 이화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아버지로서의 사랑, 여성에 대한 앞선 인식이 잘 드러나 있으며, 술에 대한 유머와 해학에는 암울한 식민지를 살아내는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 

3부 ‘내가 보는 세상’은 그가 직언·직필의 언론인으로서 세태를 비판하고, 매체 발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반영된 글로 엮었다. 『개벽』의 강제 폐간 속에서도 개벽사 잡지발간에 대한 불굴의 의지, 이완용의 꼼수와 죽음에 대한 촌철살인의 풍자, 경성제국대학의 실상에 대한 비판, 동학농민운동의 전말과 무궁화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통해 민족주의자적인 모습을 읽을 수 있다. 

4부 ‘강원도 이야기’는 강원도와 관련한 주제의 글을 모았다. 선생이 주도했던 강원도 유학생의 모임인 ‘관동학회’ 창립 과정에 관한 이야기, 일제의 각종 조사 사업에 대항하여 개벽사가 기획했던 ‘조선 문화의 기본조사’의 ‘강원도 호’ 등을 수록하였다. ‘강원도 호’는 당시 강원도의 상황, 특히 북강원도 지역의 사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글이며, 이를 통해 선생이 얼마나 강원도를 각별하게 여겼는지도 느낄 수 있다. 또한 5부는 번역한 한시와 한문의 원문을 실어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책은 모두 현대문으로 정리되었지만 독자가 책을 읽을 때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검열 상황이라는 맥락을 이해해야 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검열로 삭제당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난 글도 있지만, 자기 검열에 따라 미리 생략하거나 우회적, 암시적으로 표현한 글이 여럿 있다. 한 예로, 『어린이』(4권1호,1926.1)에 발표한 ‘한글을 만들던 해’는 목차에는 없고 본문에만 있는 짧은 글이다. 내용은 짧지만, 행간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어에 국어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한글 창제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선생의 민족의식이 잘 담겨 있다. 또한 ‘우이동의 벚꽃 –벚꽃의 할아버지는 조선’(<조선일보>1933.5.2.)은 부제에서 보듯이 벚꽃이 일본에서 온 것이 아니라 본래 조선의 꽃나무임을 밝히면서 문화적 자긍심을 강조하고 있다.

『차상찬 현대문 선집1』의 발간은 차상찬이 지닌 풍부한 문화적 자산이 제대로 알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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