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상 한열음 “책임감 있게 계속 써나갈 계획”
시 대상 이사과 “문청 정신으로 되돌아가 시 창작”
우수상 박마리아 “청소년에 희망 주는 시화전 열 터”

‘2024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지난 24일 시상식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 대상 이사과 작가, 장편소설 대상 한열음 작가, 시 우수상 박마리아 작가, 인터뷰 진행을 맡은 박태진 기자(사진 왼쪽부터). [사진=현대경제신문]
‘2024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지난 24일 시상식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 대상 이사과 작가, 장편소설 대상 한열음 작가, 시 우수상 박마리아 작가, 인터뷰 진행을 맡은 박태진 기자(사진 왼쪽부터). [사진=현대경제신문]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시 1,886편, 장편소설 128편 출품 등 치열한 경쟁 속에 펼쳐진 2024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가 지난 24일 시상식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는 한열음 작가의 ‘민주의 방(房)들’이 장편소설 대상을, 이사과 작가의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가 시 부문 대상을, 박마리아 작가의 ‘산 능선’이 시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대상 수상작 ‘민주의 방들’은 미학을 살린 새로운 구성이 돋보인 가운데 나무랄 데 없는 탄탄한 문장으로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는 동화적이면서 서사 구조를 바탕에 깔고 있는 귀여운 작품으로 완성도가 높아 시 부문 대상에 뽑혔다. 시 우수상 ‘산 능선’은 짜임새 있는 서정시로 개인의 감정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조곤조곤한 숨결이 매우 정겨운 작품으로 호평을 얻었다. 

시상식 후 당선자들로부터 수상 소감과 향후 작품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신춘문예 수상 소감은.

▲ 장편소설 대상 수상 한열음 작가(이하 한열음) : 당선 통보를 받은 첫날 너무 좋았지만, 다음날부터 한편으론 두려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으면서도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채워나가면서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신춘문예 수상으로 기회를 주신 데 대해 현대경제신문과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시 대상 수상자 이사과 작가(이하 이사과) : 당선 연락을 받고 처음 며칠간 벅찬 마음이었는데 이젠 어떤 시를 쓸 것인가 어떤 시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시 우수상 수상자 박마리아 작가(이하 박마리아) : 수상으로 즐겁고 좋다기보다 어깨가 무거워지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내 삶을 돌아보는 시를 계속 썼었는데 이제는 독자와 만나는 가족적인 시를 써야겠다는 맘으로 마음가짐을 새로 하게 됐습니다. 

 

-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한열음 : 청소년기를 불우하게 보냈는데, 이때 종교이자 구원이었던 것이 소설이었습니다.소설 읽는 걸 즐겼던 독자에서 소설을 직접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 미뤄왔습니다. 그러다가 30대 후반에 큰 수술을 하게 된 후 미뤄놓은 설거지를 하듯이 소설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그 이후 꾸준히 소설을 써오고 있습니다. 

▲ 이사과 : 중학생 때 자작시를 써서 시 낭송을 한 후에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그래서 국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시에 몰두했는데 30~40대에 시가 써지질 않아 괴로웠고, 50대 이후에야 문학청년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를 쓰고 있습니다.

▲ 박마리아 : 큰 사고를 당한 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글 쓰는 것밖에 없었는데,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가 기형도문학관의 시 창작 프로그램을 통해 시를 접하게 됐습니다. 시를 쓰려고 하면 어렵지만, 자기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을 하나씩 꺼내다 보면 이게 모여서 시가 될 것이라는 시인의 말을 듣고 창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수상작품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었는지

▲ 한열음 :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풍요로워졌는데도 1990년대 구로공단에 있는 소녀들을 만났을 때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글을 쓰게 되면 이들을 소설 속 주인공으로 불러내서 무대에 세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사람이 태어나면 세상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그 안에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작은 공간이 사회적인 위치로 작용하는데, 각 개인은 원하지 않아도 이 공간을 수용하면서 견디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견디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구로공단 기숙사에 있는 소녀들한테 주어진 옷장의 작은 한 공간이 이들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고립과 연대가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이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 이사과 : 어느 날 감자밭 사진을 봤는데 감자밭의 하얀 감자꽃이 언뜻보면 양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을 보며 수상작의 첫 문장을 쓰게 됐고, 나중에 한 문장 한 문장 써가던 어느 순간 시를 완성하게 됐습니다. 감자밭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게 된 것이죠. 

▲ 박마리아 : 할머니께서 묻혀계신 집 앞 산 능선을 바라보던 어미니의 애틋한 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때 돌아가신 어머니까지 산소에 계셨다가 재개발로 추모공원으로 이장하게 됐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15층에서 바라본 산 능선이 나중에 사라지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시에 투영해서 쓰게 됐습니다. 그 산이 사라지게 되면 내 마음 속에만 산 능선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마음 속의 얘기를 시로 쓰게 됐습니다.

 

- 수상 이후 앞으로 계획은

▲ 한열음 : 장편으로 쓰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이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수상작인 ‘민주의 방들’이 과거의 얘기라면 새 작품은 아주 먼 미래의 얘기입니다. 다만 견디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은 같습니다. 매년 새해에 빙고칸을 그려서 계획을 세우는데 항상 가운데 칸이 ‘등단’이라 매번 빙고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가장 먼저 한가운데 칸에 위치한 ‘등단’을 채웠기 때문에 신나게 빙고를 완성해나갈 계획입니다.  

▲ 이사과 : 시를 쓰는 데 있어서 개성이 강하고 저만의 색깔이 분명한 시를 쓸 계획입니다. 그동안 공모전을 의식하고 시를 썼다면 앞으로는 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이뤄진 얽매이지 않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첫 시집을 1~2년 뒤에는 꼭 낼 생각입니다.

▲ 박마리아 :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데 시에서 다 하지 못한 얘기를 시화로 표현할 것 같습니다. 소외받는 청소년들에게 글과 그림으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시화전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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