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주총 통해 정식 취임 예정
불법 공매도·증시 부진 해결과제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한국거래소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사진)을 차기 수장으로 맞이한다. 정 전 원장은 불법 공매도와 불공정 거래 등 한국증시에 걸림돌이 되는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시험대에 놓였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회는 전날 오후 정 전 원장을 차기 거래소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승인하고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정 전 원장은 다음달 열릴 임시 주총에서 이사장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앞서 거래소는 이달 중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 전 원장을 차기 이사장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사장 공모에는 총 7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 전 원장은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단독 후보로 결정됐다.

정 전 원장은 1961년생으로 행정고시 28회 출신이다. 정 전 원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기재부 차관보 등을 지냈다. 2016년 1월 금융위 부위원장에 올랐다가 2017년 7월 사임하고 2021년 8월부터 9개월간 금감원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업계에선 금융 정책과 글로벌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현직 주요 정계와 금융업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건 앞으로 내놓을 공매도 개선 방안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하고 불법 공매도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거래소는 현재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데 전산화 완료까지 업계와 시장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는 기관투자자·외국인들이 스스로 잔고 관리 체계를 만들고 증권사가 이를 점검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감시 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총선용으로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라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공매도를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혀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6월까지 (공매도) 금지하고 선거 끝나면 풀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들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전자 시스템이 확실히 구축될 때 푸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전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설 전망이다. 올 들어 코스피는 7% 가까이 하락하며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등은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며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이에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어 이 과정에서 거래소의 역할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매도 전면 금지와 금투세 논의 등 현안이 많기 때문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정 전 원장은 금감원장 시절에도 업계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만큼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서도 시장이나 개인투자자들 의견에 귀기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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