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증권 실권주·청약 미달 잇따라
미술품 경매 시장 부진·제도 등 걸림돌

일본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호박(Pumpkin)'. [사진=투게더아트]
일본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호박(Pumpkin)'. [사진=투게더아트]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미술품 조각투자 주식 공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주식 배정을 위한 자금 납입 단계에서 이탈하거나 청약 물량을 채우지 못한 미달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게더아트가 16~23일 진행하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11억8,200만원 규모)의 청약 신청률은 67.1%(7억9,360만원, 23일 오후 1시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마감인 점을 고려할 때 청약 미달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투게더아트의 투자계약증권은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펌킨'(2002년)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지난 19일 주식 배정이 이뤄진 서울옥션블루의 투자계약증권(기초자산 앤드 워홀의 '달러 사인')도 청약 미달 사태를 겪었다.

전체 7억원 중 6억3,000만원(6,300주) 규모를 일반투자자에게 모집할 계획이었는데 실제 청약은 5억3,850만원(5,385주)만 이뤄졌다. 이로 인해 일반 공모 물량 중 14.5% 미달이 발생했고 서울옥션블루는 미달 물량을 전부 인수해 공동사업운영자 배정 수량에 편입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다른 '펌킨' 작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 1호 공모로 청약 흥행을 터뜨렸던 열매컴퍼니의 경우 실권주 발생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18~22일 11억880만원 규모(1만1,088주, 전체 공모는 12억3,200만원)로 실시한 열매컴퍼니 투자계약증권 청약에는 72억570만원이 몰리며 공모 물량의 6.5배에 육박하는 청약 신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청약 신청 물량 중 87%가 자금 납입을 포기했고 이에 공모 물량의 81.7%인 9억540만원(9,054주) 규모만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됐다. 실권주는 열매컴퍼니가 모두 인수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흥행 실패는 최근 미술품 경매 시장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상반기까지 급성장하다가 같은 해 하반기부터 낙찰총액이 줄어들며 크게 위축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수익을 거두기 힘든 시기다.

또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처분손익에서 비용이나 수수료, 성과보수, 제세공과금 등을 제외하기 때문에 상당한 차익을 남겨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의 깐깐한 심사도 이제 막 제도권으로 들어온 조각투자업체에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투게더아트는 지난해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금융감독원이 기초자산 매입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철회한 다음 4개월 만에 다시 증권신고서를 낸 바 있다. 송아지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의 운영사 스탁키퍼도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시점 조각투자는 고위험 상품인 데다 제도권 도입 초기인 만큼 제약이 많고 투자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저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장내 시장 개설과 관련 법 개정이 뒷받침된다면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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