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서 올들어 2,296억원 원금손실
상반기에만 10조원 넘게 만기 돌아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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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에서만 올해 들어 2,296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처음으로 원금 손실이 확정된 후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 기간 전체 손실률은 52.8%에 달했다. 

ELS는 기초자산(수익률 기준 지표)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기초자산 가치가 애초 증권사가 설정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지난 2021년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당시 판매했던 상품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계속 하락하면서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의 대규모 원금손실 발생 가능이 커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15조 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금액의 만기가 몰려있다.

ELS 상품 구조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는데, 중국 경기로 미뤄 뚜렷한 반등을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100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추세라면 손실률이 60%까지 오를 수 있고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대규모 손실이 임박하자 금융당국도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5대 은행을 비롯한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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