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 박경리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주인공 현회는 수많은 인물의 지지와 갈등 속에 표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사사건건 불화를 겪는 어머니는 현회의 잠재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지지와 갈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

현회는 어머니와의 감정이 부모와 자식 간의 애정 때문이 아닌 연민과 동정의 감정이고, 연을 끊지 못하는 것은 사회의 감시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의무감 때문이라 생각하며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한다.

현회는 인간의 통상적 윤리나 규범에는 무관심하지만 확고한 자신만의 윤리와 규범이 존재하는 주체적 인물이다. 현회는 그 시대, 보통의 전형적 여성과는 다르다.

그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추고, 외부의 폭력에 대응하는, 내부의 저항 논리를 확고하게 지닌 인물로 절망에 빠진 듯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강인한 듯하면서도 인간적이고, 냉철한 듯하면서도 정열적이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 말, 근대화 과정에 등장한 이러한 여성 인물은 독자가 우리 소설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인간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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