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운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호운 소설가 (장편소설 부문 심사위원)
김호운 소설가 (장편소설 부문 심사위원)

국내 신문사 주최 신춘문예 공모 행사 가운데 장편소설을 모집하는 곳은 현대경제신문사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설의 본령이 장편소설이지만, 신문·잡지·출판사에서 장편소설을 수용 발표하기에는 지면 확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서 대부분 중편이나 단편소설을 수용한다. 신춘문예 역시 신문에 게재할 수 있는 분량의 단편소설 중심으로 공모하고 있다. 이러한 창작환경에서 장편소설 중흥을 위해 신춘문예에 장편소설을 공모하는 현대경제신문사에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린다.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에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장편소설을 숙독하여 「민주의 방(房)들」(김희정, 필명 한열음)을 최종심으로 두고 심도 있게 재숙독한 결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민주의 방(房)들」은 10개의 방(房)으로 나누어 서사를 진행하는데, 소설 미학을 살린 새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여기에서 방(房)은 생활공간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삶을 변화시키는 여정이며 사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방과 눈에 보이지 않은, 행복하고 안전한 방을 위해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현대인의 지난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삶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 작품은 그런 과정을 소설 미학으로 잘 살려냈다. 복잡하고 부끄럽고 힘든 과정이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그것을 ‘자기의 삶’으로 받아들일 때 행복으로 환치할 수 있다. 문장 또한 나무랄 데가 없다. 서사 전개에 있어서 몇 군데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탄탄한 문장이 이를 극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사 구조가 무난한 응모작이 다수 눈에 띄었으나 구성을 받쳐주는 문장이 흠결 없이 탄탄하지 못해 수상작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이번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은 대상 작품만 선정하고 우수작은 따로 선정하지 않았다.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당선한 작가에게 축하 말씀을 전한다.  

심사위원 소설가 김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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