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냄출판사 / 조정래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정의롭고 청렴한 행보로 명망을 쌓아가는 변호사 이태하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과 관련된 송사가 날아든다.

돈 앞에선 그 진하던 핏줄도 희미해지는가. 아버지가 어머니 몫으로 남긴 유산마저 빼앗으려 소송을 건 딸,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금고를 습격한 형제들의 난타전, 유산 상속이 걱정돼 홀로된 아버지의 만혼을 저지하려는 자식들. 어느 만큼 지니지 못하면 인간의 존엄마저 박탈해 버리는 것이 또한 돈이다.

생명마저 위협하는 무서운 중독, 바로 ‘돈 중독’이다.

갑작스럽게 애인과 헤어진 여자의 속사정과, 로또로 일확천금을 노리다 이성을 잃어버린 가장, 도박과 가상 화폐 투자에 빠져버린 두 남자의 인생 마지막 복수 등 돈의 냉혹함은 남녀노소, 지위 고하, 신념의 유무도 가라지 않는다. 

주인공 이태하 변호사를 중심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짜여진 모든 이야기들은 마치 한 편 한 편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자의 예리한 필치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리얼함을 극대화한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