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1년 새 37개 상품 용량 줄였다”
단속 나선 공정위…용량변경 미표시 ‘제재’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1년 새 37개 상품에서 확인됐다. 결국 정부가 제품 용량을 줄이면 포장지에 명시하도록 하고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섰다. 단위가격 표시와 관련된 고시를 개정하고 온라인 매장에서도 단위가격 표시를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마트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성현 기자]
서울 시내 한 마트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성현 기자]

소비자원 “1년 새 37개 상품 용량 줄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결과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실제로 줄었다고 13일 밝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크기와 용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얻는 판매 방식을 말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번달 8일까지 참가격(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 포털사이트) 내 가공식품 209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 상품 53개, 주요 언론보도 식품 10개를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상품별 용량 축소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참가격 내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이내에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CJ제일제당 백설 그릴비엔나, 서울우유협동조합 체다치즈 등 상품들이 최소 7.7%에서 최대 12.5%까지 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중 허니버터아몬드의 경우 제조사가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을 통해 알렸다.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접수된 53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호올스 스틱 7개가 지난 3월 17.9%,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가 올해 10월 10.0% 등 2개 품목 9개 상품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는 자사몰 홈페이지에서 용량 변경을 안내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이 있었다고 보도된 식품 10개를 추가로 조사한 결과 올해 5개 품목 9개 식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3월 풀무원 핫도그 4종·카스 캔맥주(8캔 묶음), 7월 해태 고향만두, 9월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10월 CJ제일제당 숯불향 바베큐바 등이다.

다만 일부 제조사는 이와 관련해 용량 변경을 인정하면서도 포장재·레시피 등이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연내 대형마트·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내년부터는 식품·생필품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용량 축소 등 실질적 가격 인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이에 기반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표=한국소비자원]
[표=한국소비자원]

 

단속 나선 공정위…용량변경 미표시 ‘제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용량 변경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 마련에도 착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방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정부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 요인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왔으나 최근 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다”며 “사실상 가격인상임에도 가격 인상과 달리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용량변경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실태조사와 신고센터 접수 현황·사업자와의 자율 협약 체결 방안·단위가격 표시 확대, 용량 등 변경 사항 표시 의무 제도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소비자원과 제조사와의 자율 협약을 추진해 제품 용량 변경 시 해당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소비자원에도 이를 통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원-유통업체 간 자율 협약을 통해서는 유통사가 취급하는 1만여개 상품에 대한 용량 정보를 제공받아 용량 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자율 협약을 통해 제조사·유통사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종합·분석해 용량 변경 관련 정보를 참가격·소비자24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원은 내년부터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하고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하고, 가격 정보뿐 아니라 중량 변동 정보까지 조사해 관련 정보를 상시 제공한다.

소비자단체를 통해서도 참가격 조사품목 이외 품목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단위가격 표시의무제도의 표시 대상 품목을 현재의 84개 품목에서 보다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매장에서도 단위가격을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도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연구용역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활화학제품이나 식품 등의 용량이 변경돼 단위가격(출고가격 기준)이 상승하는 경우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을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내년 1월까지 고시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주요 생필품의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 혹은 제조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알리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용량·성분 등 중요사항을 변동시키는 경우 등을 사업자 부당행위로 지정하도록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도 개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 자율 협약, 민간 모니터링 확대, 관련 제도개선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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