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개최한 직원 간담회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개최한 직원 간담회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개최한 직원 간담회(브라이언톡)에서 이 같이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경영진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 논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까지 겹치자 직접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김 창업자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닌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라며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김 창업자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창업자는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한 구체적인 쇄신 방안을 설명했다.

김 창업자는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갖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며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카카오의 기업 문화 역시 함께 고민하자고 당부했다. 

김 창업자는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이 힘든 과정은 언젠가 돌아보면 카카오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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