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 커져 손절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줄줄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손절에 나섰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내년 상반기 홍콩 H지수 ELS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가능성이 점쳐지자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팔지 않고 있으며 하나은행도 4일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도 지난달부터 원금비보장형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H지수가 역사적인 저점을 형성하면서 기존에 판매한 H지수 편입 ELT, ELF에 대한 만기 손실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중국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망, 타 금융기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있고 향후 판매 방향을 정하고자 H지수 편입 ELT, ELF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LS는 기초자산(수익률 기준 지표)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기초자산 가치가 애초 증권사가 설정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은행은 사모·공모를 통해 ELF와 ELT 형태로 ELS를 판매했는데, 최근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의 대규모 원금손실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자 비상이 걸렸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경기로 미뤄 뚜렷한 반등을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5대 은행에서 판매한 ELS 중 8조원 가량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 도래한다. 만약 H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하면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손실이 임박하자 금융당국도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을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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