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아다니아 쉬블리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칠십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기 땅에서 폭력적으로 몰아낸 대재앙, 팔레스타인인들은 ‘나크바’라는 이름으로 애도하지만 이스라엘인들은 독립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경축하는 바로 그 전쟁 일 년 후인 1949년 여름에 시작한다.

그해 여름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소녀 하나를 생포해 강간한 뒤 살해해 사막에 매장한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망각 속에 묻힌 ‘사소한 일’에 대해 알게 된 한 라말라 거주 팔레스타인 여성이 그 사건에 사로잡힌다.

사건은 정확히 그녀가 태어난 날로부터 이십오 년 전 같은 날 일어났다.

이 ‘사소한 우연’으로부터 망각되고 삭제된 시간을 찾아가는 특별한 실존적 도정이 시작된다. 전쟁과 폭력과 기억에 대한 성찰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 책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는 무참한 박탈의 삶, 그리고 그에 따른 지속적인 배제와 무력화 앞에서 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실을 들어 올리는 경이로운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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