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까지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예고
당국도 나서 금융회사 해외진출 장려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제가 내년부터 간소화될 전망이다. 국내 보험산업은 경제성장률 하락, 인구고령화, 시장포화 등으로 성장 및 확장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어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동력 확대 전망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편집자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왼쪽 네 번째), 김동욱 한화생명 글로벌전략실장(오른쪽 세 번째), 황준환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장(왼쪽 두 번째), 올해의 여왕 수상자 쩐 티 탁 타오(TRAN THI THACH THAO)(가운데)와 현지 보험감독국 관계자, 한화생명 베트남법인 주요 임직원 등이 지난 8월 18일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누적 손익 흑자 달성과 법인 설립 15주년을 축하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왼쪽 네 번째), 김동욱 한화생명 글로벌전략실장(오른쪽 세 번째), 황준환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장(왼쪽 두 번째), 올해의 여왕 수상자 쩐 티 탁 타오(TRAN THI THACH THAO)(가운데)와 현지 보험감독국 관계자, 한화생명 베트남법인 주요 임직원 등이 지난 8월 18일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누적 손익 흑자 달성과 법인 설립 15주년을 축하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내달 22일까지 보험사가 해외 자회사를 소유할 때 이행해야 할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마련하고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한다.

보험사는 앞으로 해외에 헬스케어, 보험계약 등과 관련한 자회사를 소유하려 할 때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 않고 사전신고만 해도 된다.

기존에는 해외 자회사를 소유할 때 자회사 업무 특성에 따라 금융위의 승인을 받거나 사전신고를 해야 했다. 해당 과정에서 금융위 승인 관련 절차 진행 과정이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금융위는 해외 자회사 소유 사전신고 가능 대상 업종을 국내 기준과 동일하게 설정한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사전신고 가능 업무인 '헬스케어, 보험계약 및 대출 상담, 노인복지시설 운영' 등이 해외 자회사 소유 절차에도 적용된다.

또한 해외에서 보험중개업 및 역외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전신고로 절차를 간소화한다.

금융위는 보험중개업무는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업무로서 보험업과 밀접하다고 봤다. 역외금융회사는 현재 '금융사 등의 해외진출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금융사가 역외금융사 투자 시 사전신고를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신고 대상으로 변경한다.

이러한 개정안들은 입법예고 기간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국내 시장 성장 한계 직면

국내 보험시장의 경우 인구구조에 변화가 생기거나 보험가입률이 100%에 달하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접어든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1980년대 34.7%에서 2010년대에 3.5%로 줄어들었다. 손해보험사는 원수보험료 성장률이 같은 기간 21.1%에서 6.2%로 낮아졌다. 전체 가구당 보험 가입률 역시 100%에 근접했다.

보험산업 자체가 성장하지 못하면서 보험의 꽃이라고 불리는 영업직원의 수 역시 매달 감소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생보사의 설계사 수는 7만6,869명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8만1,991명) 대비 5,122명(6.25%) 줄어든 규모다. 회사 소속인 전속설계사 또한 함께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생보사 전속설계사는 5만8,869명으로 지난해 동기(6만4,484명) 대비 5,615명(8.70%) 감소했다.

영업점 또한 함께 줄고 있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생보사 점포 수는 1,927곳으로 처음 2,000개 아래로 내려왔다. 아울러 수치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3년 4,402 대비로는 반토막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보험연구원 역시 최근 ‘보험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 리포트를 통해 해외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을 말했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의 해외진출 확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 궁극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 유인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해외 보험사업에 한정해 자금차입 목적제한을 완화하거나 자금차입 범위를 확대해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효율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가 해외 자회사를 설립한 후 안정적인 초기 정착이 가능하도록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산 운용 지원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윤여철 주영국 한국대사, 이복현 금용감독원장,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왼쪽부터)이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윤여철 주영국 한국대사, 이복현 금용감독원장,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왼쪽부터)이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 로얄 랭캐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해외 시장 잠재력 무궁무진

한편, 국내 보험사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 4곳, 손해보험 7곳이 미국, 영국, 스위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1개국에 39개의 해외점포(사무소 제외)를 설치해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보험사들이 해외점포를 통해 거둔 이익은 1억 달러(약 1,239억5,000만원)에 불과, 국내에서 생보, 손보사가 벌어들인 순이익(9조1,801억원) 대비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다만, 이는 바꿔말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들의 해외 사업 관련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6월 베트남 손보시장 점유율 9위(2022년 기준 4.5%)의 BSH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DB손보는 이미 지난 2015년 PTI를 인수해 점유율 5위에서 3위로 성장시킨 바 있고 올해 2월에는 점유율 10위인 VNI 지분 75%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지 손보사 3곳을 인수한 DB손보는 이를 통해 사업역량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8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생보사 중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지난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이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Lippo) 그룹의 금융자회사 ‘Lippo General Insurance’ 지분 62.6%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수익성 또한 2016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을 시현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설립 15년 만에 누적 결손을 해소하고 누적 순익 흑자를 기록했다. 베트남법인의 이익잉여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615억동(한화 기준 약 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금융당국 수장들도 해외 IR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저변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3개국을 찾아 국내 금융사의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했고 지난 9월엔 스위스와 영국, 도익 등 유럽 주요 3개국을 방문해 한국 금융산업 국제화 지원과 글로벌 금융감독 현안을 논의했다.

같은 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홍콩을 방문하며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외환시장 투자환경 개선 정책을 설명했다.

앞서 김 부위원장은 5월 중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현지 금융시장 진출 지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홍콩서 열린 투자설명회 자리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투자환경이 개선됐음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한 주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투자→성장→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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