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모바일 혁신 경쟁 촉매제
편리성·차별화 앞세워 외형 성장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어느덧 6년이 지났다. 금융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은 모바일·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 은행권에 경종을 울리며 자발적으로 혁신을 추진하도록 하는 ‘메기 효과’를 일으켰다. 동시에 차별화되고 편리한 여·수신 상품을 기반으로 고객군을 빠르게 확대하며 단기간에 폭발적인 외형적인 성장도 이뤄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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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합산 가입자 수는 3,753만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인구 5분의 4 정도가 인뱅에 가입한 것이다.

각사별로 보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출범 첫 달인 지난 2017년 4월 고객 수 26만명으로 시작해 지난 2019년 120만명, 2020년 220만명, 2021년 717만명, 2022년 849만명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890만명을 기록하며 조만간 900만명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가입자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가파르게 성장했다. 출범 첫 날인 지난 2017년 7월 27일에만 가입자가 18만명 넘게 몰렸으며 이후에도 카카오톡과 연계한 상품이 인기를 끌며 고객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출범 첫 해 63만명이던 고객 수는 지난 2018년 769만명, 2019년 1,128만명, 2020년 1,544만명, 2021년 1,799만명, 2022년 2,042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장년층인 40대 이상 고객이 활발히 유입되면서 고객 수가 2,174만명으로 늘었다.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인뱅 막내인 토스뱅크도 지난해 기준 542만명의 고객을 모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고객 수 689만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7월에는 누적 가입 고객 700만명을 돌파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인뱅이 100% 비대면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편의성을 강점으로 인기 몰이에 성공하자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모바일 뱅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완전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8월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모든 과정이 은행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하며 가장 먼저 주담대 비대면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담대는 편의성과 낮은 금리로 흥행 몰이에 성공하며 출시 1년여만에 누적 취급액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카카오뱅크도 지난 2022년 2월 챗봇과의 대화창을 통해 한도조회부터 대출실행까지 이뤄지는 주담대를 출시했다.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면 카카오뱅크의 챗봇과 고객의 대화창이 열리며 고객이 정보를 입력하면 한도 조회가 이뤄지고, 서류 제출, 대출 심사, 대출 실행까지 대화창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면 업무 영업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주담대 시장에서 인뱅이 비대면을 앞세워 선전하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도 속속 비대면 주담대 상품 판매를 시작하는 등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제정 5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왼쪽부터)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현대경제신문]
인터넷전문은행 제정 5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왼쪽부터)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현대경제신문]

업무 전방위서 혁신 시도

이외에도 인뱅들은 그동안 은행권이 주목하지 않았던 금융 불편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인뱅 최초로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인터넷 기반 펌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펌뱅킹이란 은행과 기업을 연결해 온라인으로 입금과 출금을 비롯해 출금동의, 명세통지, 이체처리 결과 조회, 계좌성명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재형 케이뱅크 플랫폼기술팀장은 “국내 은행권의 펌뱅킹은 그동안 금융정보 보호 등 기술적 문제로 주료 전용회선을 이용한 방식이었으나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한 결과 제휴사가 별도의 전용회선을 구축하거나 회선 이용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필요 없이 펌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펌뱅킹을 구현하기 위해 통신구간 양방향 암호화, 토큰 기반 상호 인증, 중요 및 민감 정보 암호화 등 강화된 네트워크 보안 기술을 적용했다.

케이뱅크는 앞으로 가상계좌 등 다른 뱅킹 서비스도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어가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휴사 풀을 확대해 ‘서비스형은행(BaaS)’ 선도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10대의 금융 생활 지원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뱅킹 결제가 어렵다’, ‘조퇴하지 않는 이상 은행을 이용할 수 없다’는 청소년들의 금융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0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반으로 한 미니(mini) 서비스를 출시했다.

휴대폰 본인인증, 약관 동의, 비밀번호 생성 과정을 통해 개설해 입금과 이체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친구 간 간편이체도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처럼 카드도 발급받아 온‧오프라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지난달 미니의 가입 가능 연령을 ‘만 14세 이상 18세 이하’에서 ‘만 7세 이상 18세 이하’로 변경했다.

만 7세부터 13세까지의 청소년 고객은 가입 단계에서 보호자 동의 절차를 추가로 진행해 금융이 낯선 청소년 고객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송형근 카카오뱅크 서비스오너는 “미니는 지난 2분기 기준 고객수 180만명, 분기 카드 결제액 4,375억원을 달성하는 명실상부 10대들의 대표 금융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잠들지 않는 은행을 구현하기 위해 은행 점검 시간을 없앴다.

토스뱅크는 자정 시간대 통상 이뤄지는 은행점검으로 고객들의 금융 공백이 생기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자체 기술을 적용해 1초의 끊김도 없이 토스뱅크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중저신용자 포용 성공

금융 정보 위주의 기존 신용평가모형을 혁신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확대하며 포용금융도 실천했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은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으로 신용평점 하위 50%(4등급 이하)에 대한 대출로, 기존 은행들은 금융 이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금융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인뱅은 금융 이력 외에도 통신, 유통 정보 등을 결합해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확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인뱅 3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액은 18조1,970억원을 돌파했다.

포용금융 실천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도 개선됐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각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올해 상반기 기준 인뱅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평균은 전년 동기(27.5%) 대비 2.57%p(포인트) 증가한 30.07%를 기록했다.

각 사별로 보면 토스뱅크가 38.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카카오뱅크 27.7%, 케이뱅크 24% 순이었다.

토스뱅크는 최근 출범한 신생은행이지만 설립 취지인 포용금융을 실천해 출범 이후부터 줄곧 제 1금융권 은행 중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포용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범 이후 단 한 분기도 놓치지 않고 전 은행권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해오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포용금융을 이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3사 모두 연말 기준으로 제시한 목표치에는 못 미쳐 올해 하반기 중·저신용대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올해 연말 기준 각 은행별 목표치는 토스뱅크가 44%,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다.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했던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법 제정 당시 대주주의 사금고화가 될 것이라는 등 많은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5주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서비스 제공,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개성 있는 금융상품 출시 등으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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