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영수 기자]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성공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문제가 해소되자 비슷한 처지에 놓인 SK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의 해결은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SK와 SK C&C가 합병할 것이라는 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6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지분 매각 성공으로 이들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29.99%)이 30%를 밑돌면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에 이를 규제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C&C로 쏠리는 상황이다.

    SK그룹은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SK C&C의 지분을 43.6% 보유하고 있으며 SK C&C의 SK 지분율은 31.8%다.

    최 회장 등의 SK C&C 지분율이 30%를 넘는 만큼 SK C&C도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지난 2013년 기준 9천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SK그룹도 현대차그룹처럼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추거나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증권가에서는 지분 매각보다는 SK C&C가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결국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SK C&C가 일단 외부 매출을 키우는 사업을 해서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추다가 결국 SK와 합병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합병 대상과 시가총액 차이가 커서 합병보다는 지분 매각을 택했지만 SK C&C는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합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SK C&C와 SK 간 합병 이후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하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줄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최 회장은 SK C&C 지분을 32.9% 보유하고 있지만 SK 지분율은 0.02%(1만주)로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1만1천695주)보다도 작다.

    이런 까닭에 최 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SK C&C와 SK가 합병(현 주가 기준)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로 안정적으로 바뀌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30%)에 거의 다다른다는 이점이 있다.

    양 연구원은 "SK그룹의 지배 구조 안정을 위해 양사의 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합병을 통해 옥상옥의 경영구도를 바꾸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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