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픽업트럭 특수 못 누려…1월에도 제값받기 고수

    올해 1월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는 유가 하락에 힘입어 두자릿수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현대·기아차는 모델 노후화와 일본업체의 엔저 공세에 밀려 점유율을 경쟁업체에 내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 미국 시장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4만4천505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3.5% 늘어난 3만8천299대를 판매했다.

    두 업체 모두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늘어났지만, 지난달 전체 미국 시장의 평균 판매 증가율인 13.7%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7.2%로 하락해 2013년 12월(7.1%)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업체별 점유율은 현대차가 3.9%, 기아차가 3.3%다.

    두 업체의 점유율은 지난해 7월 8.3%에 달했으나 10월 7.4%로 하락했다. 이어 11월 7.6%로 소폭 반등한 뒤 12월 7.3%로 다시 내려앉았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은 7.9%였다.

    미국 시장에서는 최근 저유가로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응할 만한 신차가 없었던 점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 강점을 가진 GM과 크라이슬러의 판매증가율은 각각 5.3%와 16.5%였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 업체들의 선전도 계속됐다. 도요타는 지난달 6.2%, 닛산은 11.1%, 스바루 21.0%, 마쓰다는 7.7% 판매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제값 받기' 정책을 고수한 점도 점유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자동차 구매 사이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딜러에게 제공한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은 1천645달러로 추정돼 작년 12월의 1천731달러보다 줄었다.

    현대차의 인센티브 수준은 미국의 업계 평균(2천642달러)에 크게 못 미칠뿐더러 업계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다. GM은 3천314달러, 크라이슬러는 3천27달러, 혼다는 2천89달러, 닛산은 2천529달러, 도요타는 1천729달러 등이다.

    기아차의 인센티브도 지난달 2천577달러로 작년 12월(2천748달러)보다 줄었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과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만큼, 그전까지는 할부금융이나 리스 등 금융 서비스 강화를 통해 점유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된 올 뉴 쏘렌토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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