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1.6%, 기아차 13.5%…도요타 29.5%, BMW 32.1%

    현대차와 기아차가 '통큰 배당'을 투자자들에게 안겼지만 해외 경쟁업체와 배당 성향을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두 업체 모두 배당을 작년보다 50% 안팎으로 늘렸지만 양사의 배당성향은 일본 경쟁업체인 도요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2일 보통주 한 주당 3천원씩 총 8천173억원을 현금배당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에 주당 1천950원씩 총 5천344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에 비해 54%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도 다음 날인 23일 실적 발표와 함께 보통주 1주당 3천원의 현금 배당을 한다고 발표했다. 배당 총액은 4천4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주당 700원씩 총 2천835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던 것보다 43% 늘린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배당 확대는 나빠진 투자 심리를 주주친화 정책으로 회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한전 부지의 고가 매입 논란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 불발 등을 거치면서 현대차그룹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한 이번 배당 확대는 정부의 내수 경제활성화 취지에 맞추면서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 업체의 배당 확대에 배당성향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당기순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11.1%로 2013년(6.2%)보다 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배당성향이 올라가긴 했지만 2004년(16.0%), 2005년(11.6%), 2006년(17.5%) 등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기아차의 배당성향도 2013년 7.4%에서 지난해 13.5% 큰 폭으로 올랐지만 2004년(20.5%)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은 아니다.

    배당 성향을 해외 경쟁업체들과 견주면 더욱 초라하다.

    2013년 도요타의 배당성향은 29.5%로 현대차와 기아차보다 각각 18%포인트, 16%포인트가량 높다.

    도요타의 현금 보유액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배당성향은 30%를 훌쩍 넘을 가능성이 있어 현대기아차와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20.6%), 포드(22%), 르노-닛산(30.6%), BMW(32.1%)의 배당성향도 현대기아차의 2∼3배 수준이다.

    보통 자동차와 같은 경기민감 업종은 매출액의 변동성이 커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려고 배당성향을 낮게 가져간다.

    현대기아차도 환율과 경기 변동에 실적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배당성향이 낮을 수 있지만, 해외 경쟁업체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현대기아차가 주주가치를 높이려고 이전보다 전향적인 배당을 결정하긴 했지만 시장 기대치에 미흡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아쉬웠을 뿐더러 배당 증대 규모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다소 미흡했다"며 "현대차 주가는 단기적으로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한결같이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려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 계획에 없었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고 중간배당 도입을 밝혔다는 점 등을 봤을 때 분명 배당성향은 단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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