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에 아들의 장학금을 요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유창무(65)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무역보험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직무 대상자에게 아들의 장학금을 청탁하고 1억원 상당의 학비를 지원받는 등 부당한 대가를 받았다"며 유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의 고위직 간부가 직무의 대상업체와 부적절한 만남을 유지하며 사교적 의례로 가장한 유무형의 이익을 수수하는 행위는 직무의 공정성을 해함은 물론이고 공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므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아들이 STX 측의 장학생 선발 규정 변경을 통해 장학생으로 지원할 기회를 얻기는 했으나 실제 장학생으로 선발되지는 못했고 이후 특혜로 지원받은 학비를 전액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 전 사장은 2011년 3월 이종철 전 STX 부회장과 부부동반 골프를 친 뒤 "미국 MBA(경영전문대학원) 유학을 앞두고 있는 아들이 STX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뇌물 수수를 약속한 혐의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부회장에게서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강덕수(64·구속기소) 당시 STX그룹 회장은 "장학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면 규정도 개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STX장학재단은 유 전 사장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원래 '국내 대학 출신, 28세 이하'인 지원 규정을 개정해 외국대학 출신도 선발 가능하고 나이 제한에도 예외를 두는 특별규정을 만들었다. 유 전 사장의 아들은 장학금 신청을 했으나, 강 전 회장이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재단 이사회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이유로 탈락됐다.

그러자 STX는 같은 해 7월 유 전 사장의 아들이 유학 이후 STX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주는 '선(先)채용조건부 학비지원' 제도를 새로 만들어 1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1억1천79만원)를 건넸다.

다만, 유 전 사장은 STX로부터 아들 학비를 받기 전인 2011년 6월 30일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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