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미향 기자] 현대차의 통상임금 판결이 결국 회사측이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를 피하게 되면서 산업계는 기업 인력운용의 새로운 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일단 현대차에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현대차가 조합원만 4만8천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단일사업장으로, 재계 및 노사관계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컸다.

대표 소송에 나선 23명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대표 5명 중 2명에 대해, 그것도 일할상여금 항목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됨에 따라 현대차측은 '사실상의 승소'로 보고 있다.

현대차측은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주되 이 기간 근무일이 15일 이상이어야 한다는 근무조건은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해석했다.

당장 현대차로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통상임금 3년치를 전액을 소급 적용하라는 최악의 판결은 피하게 됨에 따라 올 한해 최고 13조2천억원의 지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만약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하게 되면 현대차 5조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첫해에만 13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8.5% 수준이었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을 5∼6%대로 끌어내리는 등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현대차의 투자 위축, 협력사의 수익성 악화 및 연쇄 도산 우려까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따라 전 조합원의 11%에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의 근로자 5천700여명만 상여금의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포함됐을 뿐 나머지 전체 조합원의 89%는 통상임금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이번 판결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 뒤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소 불분명한 이번 판결은 곧바로 조선업 등 다른 제조업 분야에도 파장을 미쳐 통상임금 확대 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 이는 노사갈등의 확대로 연결된다.

특히 출신회사별로, 근로자별로, 그리고 항목별로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달리 적용한 이번 판결내용은 노사 어느 측도 완승했다고 선언하기가 힘든 결과다. 양측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판결이 오락가락함에 따라 향후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 걱정되고 가뜩이나 경제도 얼어붙은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불신이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측도 "이번 판결이 최근 저성장 기조 속에 많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기업의 인력운용에 대한 부담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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