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인수로 신용등급 하락…총수 일가 유상증자서 빠져

[현대경제신문 구자익 기자]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452.4%로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그룹 중 부채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한화그룹(144.8%)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그룹(43.0%)보다는 무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0년에 248.3%에서 3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부채총액도 2010년에 23조9천억원에서 2011년에 29조7천억원, 2012년에 30조8천억원, 2013년에 32조4천억원으로 계속 불어났다.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부채총액은 2013년 말 18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에 19조3천억원으로 6천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차입금은 5조6천억원으로 9개월 만에 1조2천억원이나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한항공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5천억원을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한진칼 등 자회사들은 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만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등을 통한 호텔·레저사업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7월까지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도 무거운 짐이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1천108.3%이르고 있다는 껄끄러운 점이다.

채권단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그룹에 대해 경영진 교체를 권고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한진해운 등 주력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그룹의 부실 책임은 총수 일가가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