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이동찬회장 참배 계기…“노사불이 유지 받든 것”

지난 26일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9재가 열린 서울 길상사에서 이웅열(오른쪽) 회장이 정리해고자 대표 최일배씨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코오롱그룹 제공>
지난 26일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9재가 열린 서울 길상사에서 이웅열(오른쪽) 회장이 정리해고자 대표 최일배씨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코오롱그룹 제공>

[현대경제신문 구자익 기자] 코오롱의 10년간 묵은 노사 갈등이 해소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노사 문화발전을 위한 기금을 제3의 기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문화발전 기금 기부기관은 아직 검토 중이며 금액은 사측과 해고노동자 간 합의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해고노동자와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005년 정리해고 이후 10년째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양 측은 지난달 8일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합의를 시도했다.

코오롱그룹은 “기업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며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는 기업의 어떤 첨단 지식도 무가치한 것”이라는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정리 해고자들과 대화를 재개했다.

앞서 코오롱의 해고노동자 대표인 최일배씨는 지난 26일 이 명예회장 49재가 열린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 찾아와 참배했다.

당시 최 씨는 이웅열 회장과 면담하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분들에 대해 안타까운 사연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해고노동자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최 씨 등은 천막 농성 등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정리해고자들과 10년 가까이 계속돼온 갈등을 씻고 노사 상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자고 합의했다”면서 “노사불이(勞使不二)를 추구한 이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당시 ㈜코오롱)는 지난 2005년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 78명을 해고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무효’를 주장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코오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초 코오롱 스포츠 불매운동 전개한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정리해고자 대표인 최 씨가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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