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종사자들이 떨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포함한 7개 생명보험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올 한 해 동안 2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내 몰렸다.

생보사들은 ‘희망퇴직’을 가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찍어서 퇴직시킨다는 이른바 ‘찍퇴’논란도 불러 일으켰다.

지난 7월 한 생보사에서는 육아 휴직자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종용하면서 임신 중인 여직원이 실신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보험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보내거나 일거리를 주지 않는 무보직 발령을 내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생보사들은 성장성 둔화와 이차역마진 확대 등이 수익성·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의 엄살과 달리 업계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 올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생보업계 빅3의 3분기 누적 평균 영업이익은 8천억원에 달했다.

생보사들이 아직까지는 업황이 양호하지만 앞으로 어려워질 것 같으니 직원들을 미리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생보사들은 2018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로 인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이에 대한 준비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과거 생보사들이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보험계약의 결손 발생이 자본을 감소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다수의 생보사들은 확정형 고금리 부채 점유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주요 생보사들은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전담 부서나 조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당장 이를 설치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인력감축을 단행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시장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손에만 넣고 있는 생보사들의 경영실태평가를 공개하지 않아 생보사들이 경영위기를 과장한 사실상의 편법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도록 부추긴 면이 있다.
결국 이런 모든 것들이 회사가 잘 안 굴러가면 ‘사람부터 자르고 본다’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고파는 금융상품이다. 보험업계도 저금리 시대를 맞아 실질적으로 영업 악화가 오기 전까지 구조조정보다 판매채널 다각화나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회사 나름대로 경영 위기를 넘기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당장 회사가 어렵다고 직원을 내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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