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이미 권의주의 시대가 옛 유물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부심일 수도 있다.

한때 TV를 켜면 '땡전뉴스'라고 해서 대통령의 얼굴이 브라운관에 떠올랐다. 이어 잡다한 대통령관련 소식을 한참 쏟아 놓고서야 다른 소식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채널이 몇 개뿐이었던 시절이라 시청자는 별수 없이 보기 싫어도 별수 없이 땡전뉴스를 운명처럼 봐야 했다.

그러던 것이 이즈음에는 확 바뀐 것이다. 대통령이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그것도 중요한 협상체결을 앞둔 해외출장을 다루는 뉴스인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첫 꼭지'에 오르지 않을 정도로 바뀐 것이다.

권위주의시대에서 이제는 탈권위주의시대 나아가 자유민주시대의 모습이 대중매체 입맛을 이렇게 바꿔놓은 것이다. 권력에 대한 대중의 입맛을 바꾼 것이 매체스스로의 판단인지 혹은 대중의 기호에 맞춘 것인지는 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뉴스의 본령은 무엇인가에 있다. 그날 뉴스의 초점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보편적 복지, 선택적 복지 등등 복지문제가 중심뉴스였다.

대중의 관심사항이 어디에 있는지를 뉴스담당자들이 꿰뚫고 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아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간다는 정치인들은 복지병에 걸려있다는 우려를 함께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슨 돈으로 복지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면서 증세를 하지 않고 복지가 공약대로 되겠느냐는 소리를 담고 있었다. 야당 쪽 사람은 그런 것도 따져 보지 않고 공약을 내놨느냐고 힐난하고 있었다. 그러자 여당 쪽 사람은 야당도 똑같은 공약을 내놓지 않았느냐고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국민'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국민의 생각이 '복지정책'만 기다리고 있다는 투였다. 국민들 때문에 우리당이 복지를 위해 불철주야 힘을 쏟고 있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의 가게 형편이 몹시 어렵다는 보고(?)를 겸사로 하고 있었다. 듣다보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복지정책을 펴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의 정성이 갸륵해 보였다. 아주 잠시지만.

그런데 돈이 없어 그 재원을 마련하기 하다못해 담배 값이라도 인상하겠다고 하자 악을 쓰고 반대를 하는 쪽은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냐고 묻는다. 그들은 돈 안 들이고 국민에게 복지를 하겠다는 것인지.

세월호 사태가 수굿해 지자 이제는 복지파동이 솟아올랐다. 당연히(?) 여야의 싸움판이 '복지난장'으로 비화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꼭 '국민'끼워 넣는 행각을 벌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국민이 언제 복지해달라고 구걸을 했는가? 적어도 여야가 버릇처럼 선거 때마다 복지를 입에 달기 시작했지, 국민이 구걸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이만큼 나라가 발전했으면 격에 맞는 수준의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게 아니냐는 정도의 기대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기들 출세하기 위해 무슨 큰 시혜나 베푸는 것처럼 복지를 내놓고 있지만 그 진정성은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라는 것을 국민은 잘 안다.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적어도 복지문제는 한 정권 차원에서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다. 

두고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골머리를 앓아도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복지 좋아하다가 거지된 나라들을 국민을 꿰뚫고 있다. 복지는 거저 오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게다가 세금 적게 내고 더 많이 받는 복지는 말이 안 된다는 것도 훤히 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싸움만 해대는 복지병환자, 정치인들의 만수무강을 국민은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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