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32년 전, 자신이 살고 있던 골목에서 설렁탕집을 하는 P사장을 만났다. 올해 나이 61세. 한창일할 연배로 보였다. 또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그의 말이기도 했다.

그는 20여 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척이 하던 설렁탕집을 인수해서 운영하기 시작했단다. 그런대로 장사가 잘돼 큰 어려움모르고 이날 이때까지 처자식 먹여 살렸다고 한다.

그러던 장사가 점점 시들해 기지 시작한 것이 2, 3년 전 부터였단다. 하루에 3백여 그릇씩 나가던 설렁탕이 차츰 줄어들어 최근에는 50그릇 나가기가 벅찰 지경이란다. 그래서 폐업신고를 하기위해 세무서를 찾던 자리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그의 몰골은 초췌했다. 여러 날 밤잠을 설쳤다는 말이 쉽게 짐작이 갈 정도였다. 거의 평생을 영위해온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순간을 제 삼자가 어찌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한때는 큰놈한테 넘겨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그만큼 모든 게  자신 있기도 했고요…"

그는 뒷말을 잊지 못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작정한 게 없다고 했다. 돈  쓸 일만 남았다고도 했다.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이 없단다. 자신뿐이 아니란다. 같은 골목에서 주인 바뀐 집이 여덟 집이 넘는다고 했다. 그중에는 벌써 세 번째 주인이 바뀌었을 정도란다.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단면을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었다. OECD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자영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도 없다. 그 가운데 음식점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를 이어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 거의 부지기수에 가까울 정도로 이름난 점포가 많다. 우리의 경우는 어떡하던지 내가 하던 음식점만큼은 자식한테 물려주지 않겠는 생각을 품은 업주들이 많다. 민족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업(業)에 대한 스스로의 비하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는 원인도 있다.

국민성을 논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 대한 당국의 처방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의 절반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꼬집는다. 대통령도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정쟁에 발이 묶여 한발 짝도 나갈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이 한 문장에 스며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안다는 나라에서도 우리의 실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단다. "코리아가 저러다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한다는 소식이다.

누가 봐도 대한민국은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가 아니다. 너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공화국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니 그 이전부터 지겹도록 달라붙는 정쟁이라는 무쇠덩어리로 해서 민생은 피골이 상접해 진지 이미 오래다.

모르긴 해도 전쟁 중인 나라라 해도 이보다 여야가 원수처럼 각을 세우고 앙앙불락하는 경우가 없을 게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하면서 보여준 작태를 본 국민은 이 나라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그런데 기껏 협상이 타결되었다고는 한다. 그런데 당사자인 유가족측이 반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세부사항을 법제화하는 과정이 지난할 것이라는 평가를 보는 국민은 맥이 풀리고 만다.

그러니 민생의 중요한 몫을 점유하고 있는 자영업에 대한 정부의 젖줄을 기대하기는 연목구어가 되고 마는 게 아니겠는가. 정치가 실종된 '정치판'에는 자파의 이익만을 위해 피 터지는 살육전만 보인다. 게다가 일찌감치 차기대권에 눈먼 조무래기들의 패싸움이 처절하다.

나라의 골간이 백성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졸개들의 부질없는 작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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