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TV화면에는 가을 꽃게철로 성시를 이루고 있는 인천 소래포구를 비추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시장바닥은 살아 움직이는 꽃게와 씨알 굵은 새우들로 소란스러웠다. 카메라가 양푼가득 새우를 사들고 가는 노인을 쫒아 움직였다.

"할아버지, 그 많은 새우를 어디로 가져가세요?"

"우리 애들하고 먹으려고 가지. 다 모이면 열여덟이야 이것도 많은 게 아닌데…"

노인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성시를 이룬 소래포구는 상점, 좌판대, 식당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식당마다 꽃게와 새우로 조리한 음식을 입 안 가득 먹고 있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가족과 함께 새우구이를 먹고 있는 젊은 여자에게 카메라가 초점을 맞춘다.  

"미국에 있을 때도 이곳 새우가 먹고 싶었어요. 정말 맛있어요."

껍질을 깐 새우를 한입가득 넣고 먹으면서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어느새 자정이 가까운 시각, 카메라는 검은 비닐 서너 개에 가득 담겨있던 하루 매상액을 큰 봉투에 모아 넣고 있는 한 상인을 클로즈업한다.

"많이 파셨어요? 기분 좋으시겠네요"

"네, 기분 좋습니다. 오늘 많이 팔았어요."

"돈을 세어보지도 않으시네요."

"아이고, 그냥 집으로 가져가야죠. 빨리 가서 자고 또 새벽 5시에 나와야 합니다."

시장풍경은 그지없이 풍요롭고 즐거움에 가득 차있었다.

시장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영업을 영위하는 상인들이다. 우리나라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주체가운데 큰 기둥이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화면에 비친 이들처럼 장사가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거의 정반대다.

최근 들어 자영업실태가 말이 아니라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태에 꼼짝도 하지 못하던 정국이 차츰 바래가는 가 싶던 차에 이번엔 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형국이다.   

결국 정부도 자영업의 심각성을 인지한 처방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찍이 세월호 탓에 자영업자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소리가 따가울 때도 정부도 국회도 아랑 곳 없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사인 듯. 그러다가 이제 사 '민생경제 회복이나 내수 활성화는 자영업자 문제가 개선되어야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자영업의 어려움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구조적문제 가운데 하나"라면서 "민생경제회복이나 내수활성화, 양극화 완화 등은 모두 자영업자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관건"이라고 말했다.    

580만 명. 우리나라 자영업자수다. 27.4%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는 OECD 평균보다 약 두 배(15.8%), 이 중에 음식점은 미국의 18배, 소매업은 9배, 이 ․ 미용업은 11배에 달한다.

그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심각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매년 90만 명의 장년층이 고용불안으로 준비 없이 자영업에 진입하기 때문에 업자상호간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창업자의 60%가 3년 안에 문을 닫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위기에 놓인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을 비롯해서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가장먼저 고용구조와 행태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정년에 걸려 직장에서 밀려나야 했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 돈쓸 일이 가장 많은 연령 때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퇴직금으로는 노후를 기약할 수 없었다. 결국 구멍가게라도 차려 연명하기 위해 투자를 결행한다. 경험 없이 벌인 일이라 멀리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우리나라 장년층 빈곤의 속살이다.

우리경제의 앞날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영업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소래포구의 활황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에게 까지 이어지는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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