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최근 수신증가 추세에 힘입어 은행권과의 수신 규모 격차를 메우기 위해 은행에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정착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 수신 격차는 2008년 223조9천억원까지 줄어들었다가 2009년 302조3천억원, 2010년 345조3천억원, 2011년 395조2천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융투자상품’보다는 ‘예금’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간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가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은행 예금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라는 점을 공략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삼성POP골든에그어카운트’를 지난해 8월 출시해 지난 2월까지 1조7천300억원을 유치했다.

은행권에서 다루지 않는 채권 투자를 통해 안정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제혜택과 이자 수익의 재투자를 결합한 새로운 상품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안정성을 보강한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을 출시해 지난 2월 한달 동안 1천80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여기에다 전통적으로 은행권을 선호하는 노년층을 겨냥해 ‘100세시대 자산관리본부’를 신설,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적인 재무관리 서비스에도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경제ㆍ시황분석 및 자산배분, 편입자산선정, 운용경과를 수시로 점검해주는 ‘아임유(I'M YOU)’ 서비스를 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자산관리 제공을 집중 홍보 중이다.

대신증권은 고금리 원금보장형 ELS, 물가연동채, 브라질 국채 등의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여수신업무에 직접 진출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안병원 상품개발팀 차장은 “시중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주식투자는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갈 곳을 잃고 있는데, 차별화된 안정형 자산관리서비스가 나오면서 갈수록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을 맹렬히 쫓아가던 금융투자업계의 수신규모가 2008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가 최근에야 반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신 격차가 벌어졌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예금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의 위험 자산 위주의 상품에서 탈피해 안정성을 강화한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어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의 수신규모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재정 위기 등 세계적인 위기의 여파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업계 수신이 2008년 정점을 찍고 줄어든 이유는 펀드 때문”이라며 “2008년 주가가 조정을 보이면서 펀드, 특히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가 2009년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펀드 수신 규모는 2004년 187조, 2006년 235조, 2008년 360조로 늘며 정점을 찍었다가 2010년 315조, 2011년 299조로 줄어들고 있다.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을 전세난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가계자금이 금융투자상품에서 빠진 것은 전세금이 올라 만기를 맞은 적립식펀드가 전세금으로 돌려진 측면도 있다”며 “대출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 대비 금융투자업계 수신 격차는 지난달 말 기준 384조원으로 다시 줄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진정과 미국 경기지표 호조 등으로 주식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지는 징후로 해석되기도 한다.

저금리 기조와 노령화로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람직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궁금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총 자산 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작년 말 기준으로 21.4%에 불과하고 나머지 78.6%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되어 있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미국(67.1%)과 일본(60.5%) 등 선진국에 비해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런데 한국 가계는 금융자산 중에서도 현금ㆍ예금의 비중은 45.3%로 높았고,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29.5%로 낮았다.

미국은 그 비중이 14.0%와 52.5%였다. 한국 가계가 미국보다 자금의 안정성을 더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은 비중이 55.3%와 12.3%로 한국보다 좀 더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다만, 한국 가계 자산에서의 현금ㆍ예금 비중은 2002년 말 54.3%였던 것이 2006년 말 46.6%, 작년 말 45.3%로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급변하는 경제환경과 빠른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가계자산 중 현금화가 쉬운 금융자산이 유리하다며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비중은 5대 5가 공식이다. 예금에 5를 넣었다면 금융투자상품에 5를 넣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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