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거래제 시행시 해외이전·한계기업 속출 예상돼 보완·도입시기 늦춰야

[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재계가 탄소배출권 부담 때문에 국내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꺾일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의 거래제 도입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정부 계획대로 실시되면 ▲국내 생산물량의 해외이전 ▲한계기업의 경영악화 ▲국내 사업장의 생산제약 ▲기술개발 및 신시장 선점 지연 등 국내기업들에 불이익을 준다는 조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우선 국내외에 생산기지가 있는 반도체업체 A사는 배출권 부담으로 국내 생산량을 줄여야 할지 고심중이다. 해외 사업장은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지 않아 국내 사업장에서 만든 제품의 원가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제 시행 1차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담 예상액을 분석한 결과 최대 6천여억원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격 경쟁력인 핵심인 반도체 시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역시 이미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설비로 대체했으나 정부의 업종별 감축목표가 세계 최고의 기술과 방법을 적용해도 달성이 불가능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 경쟁국에선 온실가스 규제도 없고 각종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되는데 비해 걸림돌로 작용해 국내투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등지로 사업영역을 넓인 디스플레이업체 B사 역시 자체분석 결과 국내의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제품 판매가격이 중국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차 계획기간에 약 6천여억원의 비용부담으로 기존 LCD 생산면적 1㎡당 7천원의 격차를 보였던 중국 경쟁사와 가격차이가 300원 수준까지 좁혀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 이에 B사는 향후 국내제품의 가격우위 확보가 어려우면 아예 중국으로 생산기반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공장 신설에 들어가야 할 3∼4조원 규모의 투자액이 고스란히 해외 생산기반 확충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석탄을 연료로 일관제철소를 운영하는 철강업체 2곳에서 심각한데 특성상 탄소 배출량이 많아 1차 계획기간에 이들 2개 업체가 부담할 비용은 최대 2조8천여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최근 중국 등 후발주자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배출권 부담으로 인한 원가를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수 없는 처지라서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올해 철강업계 조강 생산물량이 7천200만t이지만 정부의 할당계획에 맞춰 생산할 경우 2015년부터 연 6천500만t이상 생산이 불가능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

결국 배출권 거래제가 국내기업 역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인데, 실제로 철강업체 C사는 8천억원대 신규투자를 추진하다 배출권 거래제의 철벽에 부딪혀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강화된다면 추가 투자에 악영향도 우려된다.

이와 함께 시멘트 업계와 조선·해양플랜트, 화학섬유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전통 산업계 전반에 걸쳐 배출권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경련은 국내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게 제도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점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원, 많으면 수천억이나 조단위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투자·고용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게는 독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유 본부장은 "최근 새 경제팀이 출범해 경제 활성화와 재도약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시기를 연기하거나 과소 산정된 할당량을 재검토해 기업들의 국내 투자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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