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1504억 투자…업계 1위
2위는 1472억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대웅·한미도 1000억씩 투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제약업계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늘렸다. 특히 대형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R&D 투자금액만 3000억원에 육박하며 GC녹십자와 대웅제약, 한미약품도 각각 1000억원 상당을 쏟아부었다. R&D 투자가 신약 개발과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개발(R&D)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개발(R&D)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삼성, R&D에 3000억 투입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 상반기 R&D 투자를 늘렸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150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셀트리온의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22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최근 유럽에서 졸레어 바이오시밀러(CT-P39)의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CT-P43)(자가면역질환)는 유럽과 미국에서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CT-P42)도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외에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CT-P41), 악템라 바이오시밀러(CT-P47) 등의 임상3상을 진행 중 중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 아달리무맙 경구용 제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바스젠바이오와 유전체 바이오마커 공동 개발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항체신약, 마이크로바이옴 등 분야에서도 제휴 및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2030년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22개 출시한다는 목표다.

셀트리온그룹은 바이오 계열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우선 합병하고 두 번째 합병을 추진해 바이오·케미컬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에서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펩타이드와 같은 고부가가치의 포트폴리오가 추가될 전망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를 넘어서 신약으로 도약하는 진정한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매출을 12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147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R&D 비용 증가는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연결 재무제표 기준 R&D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여러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급성췌장염 ‘SB26’의 미국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신생혈관성(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치료제 ‘SB15’의 임상3상을 완료했다.

 

GC녹십자는 R&D 투자금 20% 늘려

GC녹십자는 상반기 1062억원을 R&D에 지출했다. 전년동기 대비 19.35% 증가한 수준이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와 A형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앞서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상용화한 바 있다. 헌터라제는 전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헌터증후군은 IDS(I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과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GC녹십자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헌터라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헌터라제 ICV 제형도 개발 중이다.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의 약품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해 뇌실질 조직(cerebral parenchyma)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대웅제약은 상반기 R&D에 1004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대비 6.76% 증가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국산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출시하고, 올해 5월에도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출시했다. 2년 연속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신약 효과로 대웅제약은 최근 2년간 수출액이 200% 이상 성장했다. 2020년 448억원이었던 수출액이 지난해 1348억원까지 증가했으며 올해는 1485억원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대웅제약은 중남미 3개국에서 펙수클루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멕시코‧브라질‧베트남 등 11개 국가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어 4조2000억원 규모로 세계 최대 항궤양제 시장인 중국에도 허가 신청을 마쳤다.

엔블로는 브라질과 멕시코에서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에도 허가를 신청했다.

앞서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약 개발 성공 저력을 더욱 강화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확대하겠다”며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 엔블로 출시로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전년보다 18.71% 증가한 912억원을 R&D에 썼다. 매출액 대비 13.0%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제품군 ‘아모잘탄 패밀리’가 높은 매출을 내면서 호실적에 기여했다.

한미약품은 “로수젯‧아모잘탄패밀리 등 캐시카우 신약을 통해 축적한 현금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R&D에 집중 투자하는 선순환 모델을 견고하게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도 R&D를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짜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미래 핵심성장 동력의 3개 축으로 혁신신약 R&D‧글로벌‧디지털 헬스케어를 세웠다.

R&D부문에서는 ‘랩스커버리’를 포함한 지속형 바이오신약과 더불어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새로운 모달리티를 토대로 혁신 동력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중외제약 투자 55.3% 급증…종근당은 줄어

유한양행은 869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년 동기보다 3.95% 증가한 금액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국산 31호 신약인 ‘렉라자’를 국내 항암신약 중 최초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치료 범위)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후 2년만이다.

이에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1차 치료제 사용 허가 후 환자들을 선정해 무상 지원하기도 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폐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가 1차 치료 보험 급여 될 때까지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근당은 R&D에 730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88% 감소한 금액이다.

종근당의 R&D 비용 감소는 신약 후보물질 효율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종근당은 효용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해 코로나19 차료제 ‘나파벨탄’의 개발을 중단했다. 또 특발성 폐섬유화증 신약 후보물질 ‘CKD-506’의 개발 계획을 변경했다.

주요 품목들이 견조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R&D 중단‧계획 변경 등으로 R&D 비용 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JW중외제약은 R&D에 407억원을 투자했다. 전년보다 55.34% 뛰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R&D 중심 경영체제로 전면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신약 개발, 글로벌 기술수출 등 성과를 창출하고 자체 ‘R&D 코어 테크놀러지 플랫폼’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학-연-병’ 국내 외 오픈 이노베이션도 가속할 예정이다.

JW중외제약은 IR 자료를 통해 “탐색-전임상-임상 단계에 있는 혁신신약 R&D 과제 증가‧상위 개발 단계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R&D 투자 재원 확보를 최우선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HK이노엔은 R&D에 353억원을 사용했다. 전년 대비 3.8% 늘어난 금액이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후속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포스트 케이캡’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자가면역질환(IN-115314) 신약은 국내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FM-101) 신약은 유럽 임상1상을 완료 후 2상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암제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R&D에 608억원을 썼다. 전년보다 12.1%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백신 후보물질 ‘PCV21’의 임상2상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영유아‧소아 연령층에서 안전성‧면역원성을 확인했다고 지난 6월 밝혔다.

이 후보물질은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21가 폐렴구균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PCV20+ 제품 중 최초 상용화된다면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4년 상반기 임상3상에 진입해 2027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외에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10가 등의 기초연구‧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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