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아카이브/ 토머스 해리슨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중세 로마에서는 다리가 지금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블루스를 중심으로 음악과 소리가 다리를 통해 성별과 인종, 대륙을 넘나들었다.

사람들이 실제 전쟁을 대신해 전쟁 장면을 재현했던 다리, 죽음과 단절의 징표가 된 다리도 있다.

이를 통해 세계화와 함께 한 국가의 자랑거리로 건설된 거대다리를 방문하여 대륙과 도시 사이를 가로지른 다리가 어떻게 새로운 문화권과 생활권을 넓히고 발전시켰는지도 탐구한다.

또한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교차점을 다리로 설정하여 개인과 사회를 결속시키는 정서적인 기능도 했었음을 알 수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종착지가 아닌, 목적지로 나아가는 다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만남, 이별, 회상의 아이콘이 된 영화 ‘애수’에는 재회의 장소로 워털루 브리지가 등장한다. ‘연결’이라는 다리의 본질과 반대로 다리가 만든 사이 공간을 파괴하려던 에피소드도 있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히틀러의 애정과 관심 덕분에 파멸을 피한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처럼 우리가 지금 보는 풍경과 무관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까지 흥미롭게 다룬다.

이 책은 기술이 만든 다리를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다리’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풍경으로만 보고 건넜던 다리를 마음속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다리는 또 다른 여행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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