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유덕규 기자]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하반기 실적 개선에 나선다. 3년치 이상의 작업 물량을 확보한 이들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업황도 좋다.클락슨 리서치는 지난 3월 발간한 ‘클락슨 포캐스트 클럽(Clarksons Forecast Club)’에서 “컨테이너선의 경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친환경 연료 전환 움직임에 맞추어 친환경 선박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집자주]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0만㎥급 LNG운반선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0만㎥급 LNG운반선 <사진=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컨선·가스선 연이어 수주

HD현대중공업은 대만 양밍해운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총 1조2392억원 규모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은 1만5500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이다. 

길이 365m, 너비 51m, 높이 29.85m 규모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건조돼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특히 이 선박들은 LNG를 연료로 사용해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장 변화와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로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앞선 지난 4월에는 가스선 14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총 2조7900억원 규모다.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선박은 20만㎥급 LNG 운반선과 17만4000㎥급 LNG운반선, 8만8000㎥급 LPG 운반선 등이다.

이중 6척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돼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또 같은달 아시아 선사로부터 총 3674억원 규모의 4만5000㎥급 LPG 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도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돼 2026년 상반기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17만4000㎥급 LNG운반선에는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Hi-ERSN(LNG재액화시스템)과 Hi-ALS(차세대 공기윤활시스템)가 탑재된다.

Hi-ERSN은 LNG화물창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완전 재액화하는 시스템이다. 공기 중에 흔한 질소로만 냉매를 구성해 친환경적이며 기존 시스템보다 20% 이상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Hi-ALS는 선체 표면에 공기를 공급해 마찰 저항을 줄여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 모두 절감할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약 3년이 일감을 쌓아 현재는 수익성이 높은 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베트남조선, 누적 200척 수주 눈앞

HD현대의 조선부문 계열사인 현대베트남조선이 신조선 사업진출 15년 만에 누적 200척 수주를 앞두고 있다. 

현대베트남조선(HVS)은 최근 아프리카 소재 선사로부터 PC선(석유제품운반선) 2척을 수주함으로써 누적 199척을 수주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1996년 현대미포조선과 베트남국영조선공사간 합작회사 형태로 설립된 현대베트남조선은 수리나 개조 사업을 영위해 오다가 2000년대 후반 신조선사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현대베트남조선은 2009년 5만6000t(DWT)급 벌크선인 ER베르가모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57척의 선박을 인도했다. 우리나라 조선업 해외 진출의 최초이자 최고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에 있는 현대베트남조선은 99만2000여㎡의 부지에 40만t(DWT)급 도크 1기와 10만t(DWT)급 도크 1기, 1.4Km의 안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5000명에 달하는 베트남 현지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 5억4380만달러(6972억원), 총 13척의 선박을 인도할 계획이다.

이종찬 현대베트남조선 대표는 “이번 성과는 현대미포조선의 지속적인 노하우 전수와 베트남 현지 근로자들의 높은 교육열·근면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현지 지역사회에도 꾸준히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삼성·한화 “수익성 중심으로 수주”

삼성중공업도 수주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북미 지역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총 6592억원에 수주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앞선 지난 2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2275원 규모의 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한지 10일만이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금액은 목표인 95억달러(12조1930억원)의 34%인 32억달러(4조1070억원)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총 147척으로 270억달러(34조6430억원) 규모다. 이 중 LNG운반선 비중이 70%(87척)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안정적인 조업 물량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견조한 수주실적으로 흑자전환에 나선다.
한화오션의 수주잔량은 지난달 기준 131척, 290억달러(37조1630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NG운반선, 이중연료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수상함 등 함정 위주의 수주 전략을 통해 일감과 안정적인 이익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생산성 향상과 질 좋은 수주물량 확보로 최대한 빠르게 흑자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카타르서 대규모 LNG선 입찰 임박

조선업은 하반기 전망도 좋다. 

카타르의 국영 석유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이르면 3분기 17만4000㎥급 LNG 운반선 40척을 발주할 전망이다. 

전체 발주 금액은 100억달러(1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카타르에너지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이번달 말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한화오션과는 9월까지 발주 협상을 벌여 최종적으로 업체별 발주 물량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선 1차 발주에서 한화오션 19척, 삼성중공업 18척, HD한국조선해양 17척 등 전체 물량 65척 중 54척을 국내 업체가 수주한만큼 2차 발주에서도 전체 물량 대부분을 따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2019년 국내 조선 3사(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를 방문한 뒤 이듬해인 2020년 6월 정식으로 210억달러(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계약에 서명한 바 있다. 

또 이번달 30일에는 총 8300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Batch-III) 5-6번함 입찰도 있다.

이 입찰에는 함정사업을 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울산급 Batch-III는 노후화한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해군이 3500톤급 최신형 호위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길이 130m에 최대 30노트(시속 55.56km)의 속력을 내고 대공방어와 대잠수함 탐지 능력을 갖춰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1호기는 HD현대중공업이, 2~4호기는 SK오션플랜트가 입찰받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많은 선사들이 노후화된 선박을 국내 조선사들이 잘 만드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를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카타르발 대형 LNG 프로젝트 추가 수주도 앞두고 있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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